- 전국법관대표회의 안건 확정

지법부장 → 고법부장 차단
대법원장 제왕적 권한 제한

오는 19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 의제에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가 포함돼, 주요 논의 안건이 크게 다섯 가지로 최종 결정됐다. 고법 부장판사(차관급) 승진제 폐지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강조해온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사법부 일선 판사들의 대표가 모이는 자리에서 ‘예상보다 센’ 안건들이 상정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법관회의 측에 따르면 △법관회의 상설화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 재조사 △최근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 △사법행정권 제도 개선 등 앞서 결정된 4개 주요 의제 외에 추가로 ‘지방·고등법원 이원화’가 안건으로 상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고등법원 이원화란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에 대한 인사시스템을 완전히 별개로 분리해 지법 부장판사들이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하는 고리를 끊는 방안이다. 사법부 안팎에서 꾸준히 ‘숙원 과제’로 지적돼온 대표적인 사법개혁 과제로 꼽힌다.

그동안 일선 판사들은 “지법 부장판사에서 ‘법관의 꽃’이라 불리는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하기 위해선 인사권자인 대법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행 인사시스템이 법관 관료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불만을 표출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법조개혁 선봉장인 조 수석 역시 과거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법관 인사 개혁의 핵심은 지법·고법 이원화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법관회의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에 대한 재조사와 책임 문제’ 의안이 ‘법원행정처 추가 인적 쇄신’ 등으로 구체화된 점도 의미가 크다. 법관회의 측은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은 학술행사 외압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판사 연임 불희망원을 제출해 사직했지만, 임 전 차장과 함께 일했던 실장들은 아직 행정처에 그대로 남아 실무를 보고 있지 않느냐”면서 “당시 실장들의 보직 유지 등을 성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0명의 법관 대표들은 법관회의 상설·제도화를 위한 구체적인 밑그림도 준비 중이다. 법관회의는 각 법원에서 열리는 판사회의와 달리, 현행 법령에 명시적 근거가 없는 회의체다. 이에 법관회의 측은 회의 운영 등에 관한 기본 회칙 가안을 일단 마련한 뒤 계속 보강해가면서 법관회의 상설·제도화를 준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법관회의 의장은 과거 최선임 부장판사가 맡아온 기존 관행을 답습하지 않고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하기로 하거나, 의결정족수를 재적 과반수로 하는 등 기본 회칙 가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