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석방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심각한 뇌 손상에 따른 무반응 각성 상태”라는 의학적 진단이 15일 나오면서 미국이 충격과 경악에 빠진 가운데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미국 하원은 북한인권법 5년 연장을 의결했으며 언론에서도 대북 압박 강화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는 북한인권법을 5년 더 연장하는 재승인 법안(HR 2016)과 북한에 외부 정보를 투입하는 ‘2017 권리와 지식 전파와 증진 법안(H.R.2397)’을 의결했다. 북한인권법을 발의한 일리애나 로스레티넌(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은 “김정은 정권에서 북한 주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공포를 겪고 있는 상황으로, 미국은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웜비어 사태가 북·미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햄버거 정상회담’까지 언급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향후 북·미 관계 개선의 자리가 마련되더라도 파탄으로 흐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의 북한여행 금지는 물론 북한 인권 증진·대북 정보 투여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웜비어 사태 이후 미국인의 북한여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례적으로 북한과의 전쟁 상황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열린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과의 전쟁은 재앙적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적으로는 외교적 해법에 진력하겠지만, 필요하다면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웜비어 사태에 분노한 미국 사회 분위기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장관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사람이 겪는 고통의 측면에서 1953년(한국전쟁) 이후 어떤 전쟁보다 심각할 것”이라면서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한 지역 중 하나인 동맹의 수도(서울)가 대규모 포격을 받게 되면서 재앙적 전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가장 우선시하라고 지시한 이유”라면서 “우리는 모든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모든 가능한 외교적 노력을 남김없이 쏟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