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싸늘 정우택(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한국, 추경심사 참여 오락가락
내부서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국민의당, 호남 민심 ‘줄타기’
바른정당, 여론 보며 ‘갈지자’

“이도 저도 아닌 채 혼란 유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독주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강고한 대여 공조도 보여주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소야대 구도인 만큼 야3당이 대승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든가 강력한 견제 세력의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모습으로 오히려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야 3당은 16일 일제히 청와대의 독선과 독주를 비판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최근 국회와 인사청문회에 대한 발언은 국회 차원을 넘어 용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여야 협치는 물론 정치를 포기하는 데드라인을 넘긴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인내와 설득을 포기하고 패권과 대결의 정치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의) ‘국민의 뜻’이란 말은 독재자들이 착각하거나 자의적으로 쓰던 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놓고선 야 3당 간에 손발이 안 맞는 모습은 여전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저렇게 나오는데 어떻게 막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청문회 보이콧, 장외투쟁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원내 지도부가 나서 청문회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 안팎으로 고공 행진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반대만 하다간 자칫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과 역풍을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은 애초 ‘일자리 추경’도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심사 자체를 거부했지만, 심사 불참선언 하루 만에 “예산을 우리가 목표한 대로 쓸 수도 있다”며 추경 심사에는 착수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국민의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으로서 정체성을 내세울지, 현 정부에 우호적인 호남 민심을 따라야 할지를 두고 여전히 줄타기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때는 이른바 ‘대승적 협조’를 택했고, 최근 청문회 정국에선 정부 여당을 강하게 견제했지만 그 사이 호남 민심이 회복되기는커녕 비판여론만 더 확산하는 형국이다.

6월 26일 전당대회를 앞둔 바른정당도 원내지도부와 당 대표 출마자들의 입장이 상충하면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당원(책임당원 50%, 일반당원 20%) 투표 결과를 합산해 최다 득표자를 당 대표로 선출하는데, 여권 지지자들이 다수 유입되는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우호적인 여론을 흡수해야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여 강경노선을 취한 원내지도부와 달리, 이혜훈 하태경 등 당 대표 후보들은 대통령 비판을 자제하고 사안별로 협조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심각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의원 연석회의에서 박주선(오른쪽) 비대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호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