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여민 1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文대통령 작심발언 배경

“法에 대통령 인사권한 분명”
집권초반 고공 지지율 바탕
국정운영 주도권 유지 포석

靑관계자 “강경화 포기해도
野 다른인사 협조할지 의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야당이 반대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수순에 돌입한 것은 국정 운영에 대한 고공 지지율을 기반으로 국정 운영 주도권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 취임 후 야권에 밀려 인사를 철회하면 임기 내내 까다로운 임명의 기준과 원칙 때문에 인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야당의 반대가 부적격 인사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인사청문회 절차는 하나의 참고 과정에 불과하며, 결국 국민 여론이 최종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며 국민 여론이 인사 판단의 기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데 한국에서 자격이 없다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역대 외교장관들을 비롯한 많은 국내외 외교전문가가 그가 이 시기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으로 적임자라고 지지하고 있다” 등의 설명으로 임명의 당위성을 밝힌 것도 이런 인식을 뒷받침한다. 특히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에 대한 반대 여론보다 지지 여론이 훨씬 높다는 점을 강조해 국민 여론을 보고 국정을 이끌어나겠다는 점도 확실히 했다.

청와대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첫 장관 후보자 발표였던 강 후보자 임명 문제에서 밀릴 경우 앞으로 인사가 매우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앞으로도 10명 이상의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며 “야당의 입장을 존중해 강 후보자를 포기한다고 해서 야당이 다른 후보자 임명에 협조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인사 마무리 국면에서 야당이 반대하고 국민 여론이 극히 좋지 않은 후보자 1~2명 정도의 낙마는 고려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재 여론이 낙마 대상으로 꼽지 않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헌법과 법률은 정부 인사에 관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분명하게 정하고 있다”면서 “장관 등 그 밖의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야당의 공세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개혁의 시작인 인사 문제에서부터 주도권을 갖지 못하면 개혁의 최적기인 임기 초반을 허송세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문제와 관련한 보고를 듣고 “원칙대로 하자”고 말해 당일 임명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와대 정무라인 등에서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14일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기한이 만료되는 강 후보자와 함께 임명하는 방안을 더 유력하게 검토했던 상황이었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로 방향이 바뀌었다.

하지만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을 임명 기준으로 삼으면 최소한의 객관적 기준도 성립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여론 통치를 하게 되면 책임성의 문제를 담보할 수 없다”며 “이런 식으로 여론에 의해 결정한다면 인사청문회나 국회 무용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채·이근평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