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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장
미국 기준금리가 예상대로 14일 0.25%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금리 상단(上端) 1.25%는 한국 기준금리와 같아졌다. 연방준비제도(Fed)가 3개월 만의 인상에 이어 추가 인상도 예고한 만큼 한·미 역전도 시간문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 12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이른 흐름은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에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최근에 발표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가 1360조 원에 이르고, 국제결제은행(BIS)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2.8%로 2015년 말 88.1%에 비해 4.7%포인트 올랐다. 가계부채 비율이 통계에 포함된 43개국 가운데 8위이고, 그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는 노르웨이와 중국에 이어 3위라고 한다.
문제는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져 가계부채가 부실화하고, 그것이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轉移)돼 경제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저금리 상황이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 인상을 전제로 매우 정교하게 다뤄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의 증가 요인으로 집값 대비 대출한도(LTV)와 연소득 대비 대출한도(DTI)에 대한 규제 완화를 든다. 이러한 규제들을 완화했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증거로 가계부채 중 70%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을 든다. 물론 지난 정부가 2014년 8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그 규제들을 대폭 완화했고, 그로 인해 최근에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금리를 통한 확대 통화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 211조 원에 불과했던 가계부채 규모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2007년 630조 원까지 늘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꾸준히 증가해 오늘에 이르렀다. 역대 정권마다 예외 없이 내수 진작, 서민금융 활성화 등의 이유로 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결과다. 부채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부채 탕감이나 이자 감면 등의 임시방편으로 막아온 것도 한몫했다.
가계부채 증가가 저금리 정책과 함께 빠르게 증가한 것은 통화 증가율을 보면 알 수 있다. 2010년 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M1이 107.7%나 증가했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험이 큰 기업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가계대출을 선호했다. 그리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완화된 LTV와 DTI를 통해 주택담보 대출이 늘어났다. 이런 과잉 유동성 상황에서는 LTV와 DTI에 대한 규제 완화가 없었더라도 다른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났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LTV와 DTI를 규제한다고 해서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정도(正道)는 금리를 조금씩 올려가면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걷어 들이며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다. 만약 가계의 이자 부담을 우려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가계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더 불어나 나중에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한편,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부채상환 능력이고, 부채상환 능력의 하락이 시스템 리스크를 일으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대체로 가처분소득이 원리금 상환액에 못 미치는 한계가구들의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해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 가구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
그 대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하나는 금리 인상으로 상환 능력이 떨어진 경우 부채조정 제도나 파산 제도를 활용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득 증가와 일자리를 통해 상환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소득과 일자리는 기업 활동에 의해 창출된다. 따라서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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