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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공적자금관리委 민간위원장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8%로, 2015년 말 88.1%에 비해 4.7%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의 상승 폭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통계에 포함된 43개국 중 3위다. 1위 노르웨이는 6.3%포인트, 2위 중국은 5.6%포인트 증가했다. 그런데 이 비율의 상승 폭 순위가 아닌 비율 자체의 순위는 43개국 중 8위다. 비율 순위 1위는 스위스로 128.4%이고, 2위는 호주로 123.1%다.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약 1286조 원으로 전분기 대비 17조 원 정도 늘었고,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11.1%였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의 가계부채 증가 폭은 41조 원, 전분기 대비 증가율은 3.4%,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1.6%였다. 이렇게 보면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가계부채 증가 폭과 증가율은 둔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근 10년 동안 세계 각국은 강력한 팽창적 통화정책을 통해 위기 극복에 진력했다. 금리가 제로(0)가 돼도 돈을 푼다는 양적완화 정책이 등장하는가 하면,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선을 보였다. 국가부채로 인해 재정정책을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통화정책에만 의존하다 보니 돈은 급격하게 풀려나갔다. 우리 경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양적완화는 아니었지만, 기준금리를 1%대까지 인하하면서 통화량 증가율은 상당한 수준을 기록했다. 가장 기초적인 통화지표인 협의통화(M1)를 보더라도 이 부분이 확인된다. 우리 경제의 M1 증가율은 올 3월 말 전년 동기 대비 10.6%다. 가계부채 증가가 팽창적 통화정책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렇게 풀린 돈이 한동안은 조용히 돌더니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세와 함께 유통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엄청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전체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글로벌 다우지수는 올해 초 대비 10%가량 올랐다. 세계 여러 나라에 투자하는 뱅가드의 부동산 ETF펀드는 올해에만 15.3% 상승했다.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의 주택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1.8% 오른 것으로 나타났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주택 임대료는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세를 기록했다. 돈이 도는 속도가 최근의 경기회복세와 함께 갑자기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우리 시장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면서 주가와 부동산이 동시에 오르고 있고, 부동산 상승세로 인해 정책 당국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가계대출 증가가 팽창적 통화정책을 반영하고 있는데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 팽창적 통화정책의 시대는 종말을 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완만해진 대출 증가세가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와 부동산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도 문제지만, 가파른 하락세 또한 엄청난 짐이 된다. 일부 과열지역에 대한 국지적 규제, 부동산 부문으로의 유동성 유입세를 줄이기 위한 적절한 정책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할 조짐이 보이고 팽창적 통화정책이 곧 끝난다는 점, 또 부동산 상승세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글로벌 관점까지를 고려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바람을 서서히 뺄 수 있는 적절한 가계부채 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