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강동구 성내로 강동구의회 1층에 있는 강동구의 청년 창업 일자리 지원센터인 ‘청년마루’에서 ‘창업의 꿈’을 설계하고 있는 청년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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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청년고용 실태 - ③ 청년들이 말하는 해법

일자리 창출 논의 과정에서
정작 청년들은 소외 효과 반감

정부의 시혜적 정책서 벗어나
권리 보장 측면에서 접근해야

주거 지원 등 10대 과제 담은
청년기본법 조속한 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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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는 19대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둔 지난 4월 9일 차기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 선정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차기 정부에 바라는 단기·중장기 정책과제와 우선순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제전문가 321명, 일반인 1000명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에서 참여자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충(22.1%)’과 함께‘일자리 창출 등 서민 생활 안전(21.2%)’을 차기 정부의 최우선과제로 꼽았다.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일자리 문제를 빼놓는 이들은 드물다.

문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 마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작 일자리를 가장 필요로 하는 청년이 소외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14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보도된 주요 매체의 기사 2544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청년 담론의 의제를 설정하는 주요 정보원 30명 중 90%(27명)가 대통령, 장관 등 정·재계의 고위직 인사들이었고 청년은 극히 일부였다.

청년이 소외된 청년 실업 담론은 그 원인을 두고도 세대 간의 인식 차이를 보였다. 미디어연구센터가 2015년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2085명을 대상으로 청년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청년실업’을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28.3%), 이들은 그 원인으로 ‘청년들이 임금이 높고 안정적인 일자리만 선호하기 때문’(43.0%)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청년실업 원인 1위로 꼽힌 이 항목에 대한 연령대별로 응답을 교차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응답자는 43.0%, 40대는 34.3%, 30대는 31.5%, 20대는 18.6%가 이같이 답해 세대 간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또한 응답자들은 청년 취업에 필요한 요건으로 ‘인맥과 연줄’(49.0%), ‘학벌’(46.1%), ‘전문지식과 기술’(40.1%), ‘부모님의 능력’(38.2%), ‘스펙’(32.2%), ‘외모’(30.3%), ‘인성’(24.7%), ‘운’(18.2%) 등이란 답변을 내놓았다. 이 응답도 연령대별로 교차분석을 해보면 20대는 ‘인맥과 연줄’(58.0%)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지만, 50대 이상은 ‘전문지식과 기술’(47.3%)을 중시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청년 고용정책은 청년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져 왔다는 평가다. 청년들은 반대로 정부의 청년 지원 정책이 간접적 지원을 통한 시혜적인 관점이 아니라 “권리 보장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7일 “정부가 다양한 청년 일자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책을 수립하는 기구에 참여하는 청년의 수가 소수여서 정책의 당사자인 청년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주도 청년 고용 정책은 대부분 일자리정책에 국한돼 왔는데 이젠 일자리 정책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까지 적절한 직업훈련과 삶의 보장이 함께 이뤄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청년들에게 가장 시급한 부분은 열악한 주거 환경과 높은 주거비를 해결하는 일인데 이번 일자리 추경에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며 “근로조건을 감독하는 근로감독관처럼 청년들의 주거환경을 감독하는 주거감독관 제도 도입이 필요하고 월세 보조도 이뤄져야 청년들이 열악한 주거 환경에 노출되는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의 연장 선상에서 청년들은 청년 문제를 일자리뿐만 아니라 주거·진학을 포함해 종합적이고 독립적인 정책영역으로 다뤄달라며 청년기본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참여연대 등 청년 단체들은 19대 대선을 앞둔 지난달 3일 청년기본법을 포함한 청년정책 3대 입법과제와 10대 정책과제 요구안을 발표하며 청년정책의 기본 계획을 명시한 청년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대 정책과제는 △한국형 갭이어(비진학 청년 진로 모색 기회 보장) 도입 △주거바우처 지원 △재정위기 청년 지원 △구직활동 수당 지원 △공공기숙사 확대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고용보험 전면개혁 △청년 권리침해 예방 △청년지원기관 설치 △청년 거버넌스 전면화 등이다. 당시 요구안 발표에 앞장섰던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새 정부에선 청년노동 문제를 풀기 위한 제대로 된 동반관계가 구축되면 좋겠다”며 “청년 문제를 단순히 고용과 일자리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생애의 한 주기로서 청년 시기를 규정하고, 사회보장·주거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정책을 마련하는 등 정책 수립 과정에서 청년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관련 청년기본법안만 7건에 달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하는 등 새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놓고 경제·사회 시스템을 고용 친화적으로 전환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청년층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