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유희속으로 골프에 도취해 춤추듯 필드를 물들이고 싶다. 일상에서 탈출하여 자연과 함께 하나되고 싶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골프를 잘하는 사람이 사업도 잘하고, 성공도 빠르지.”

60대 후반의 A 사장이 식사 도중 골프와 비즈니스, 그리고 성공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함께 자리했던 모든 사람도 머리를 끄덕인다. A 사장은 “골프 잘하는 사람이 경영도 잘한다”고 덧붙였다. ‘싱글 골프’를 유지하는 사업가는 그만큼 집중력이 뛰어나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또한 위기가 닥쳐도 슬기롭게 잘 대처하며 결단력이 뛰어나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골프처럼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사업에 성공하기에 골프만큼 비즈니스에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 골프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쉽게 포기하고, 연습도 잘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목표의식이 없고 우유부단하며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A 사장은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싱글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자리한 대부분의 사람도 “골프와 비즈니스는 선택과 집중의 미학에서 통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골프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정의는 바뀔 수 있다.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싱글스코어야 한다? 그렇다면 싱글스코어의 사업은 항상 승승장구할 것이란 얘기인지, 의문이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성공하고 싶어 한다. 성공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이용하는 것이 골프와 비즈니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에서 1970∼1980년대 비즈니스 골프가 유행했다. 일본서도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비즈니스 골프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이 두 나라에서조차 비즈니스 골프는 퇴화했다. 즐기는 골프가 대세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골프장에서도 비슷하다. 최근 골프를 배우는 초보 골퍼 대부분은 취미로 입문한다.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골프를 배우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냥 일주일간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자연에서 치유 받을 수 있으면 좋다는 것이다. 어떤 접근, 방식이 좋은 것인지는 각자 선택해야 할 부분이다.

개리 플레이어는 “당신처럼 골프를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 골프의 진정한 가치가 퇴락한 채, 스코어에만 몰두하는 골퍼는 불쌍해 보인다는 것이다.

분명 스포츠는 이겨야 하기에 잘하는 이가 인정받는다. 하지만 그에 앞서 즐길 수 있어야 행복해진다. 더 이상 골프가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길 바란다. 그저 성공과 야망을 채워 줄 골프로 선택되지 않기를 바란다. 골프는 그냥 골프이다. 그린을 발로 걸으면서 신선한 공기와 햇살 받고 마냥 웃을 수 있는 그런 스포츠이길 바랄 뿐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