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로 번졌던 ‘사드 추가 반입’ 파문은 ‘발사대 4기 반입 사실 보고 누락’ 소동과 ‘의도성’ 여부로 정리되고 있다. 최근 상황을 차분히 돌아보면, 대통령까지 나설 정도의 경천동지할 문제는 아니었다. 군사·안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국방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지하고 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마치 국민과 문재인 정부 몰래 사드 포대가 도둑처럼 추가로 들어와 은닉 중인 것처럼 비치면서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세세한 진상은 차차 드러나겠지만 상황이 불필요하게 악화한 데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책임이 크다. 안보 컨트롤타워 역량은 고사하고 사드 문제에 무지(無知)한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할 정도다.

사드 1개 포대는 통상 6기의 발사대로 이뤄져 있으며, 경북 성주에 배치된 2기 외에 4기가 추가로 들어와 있었다는 것은 언론의 대대적 보도로 주지의 사실이었다. 그런데 정의용 안보실장은 물론 이상철 안보실 제1차장도 이런 정황을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두루뭉수리 보고’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 지난달 26일 국방부 업무보고 당시 세세히 따져 물었어야 했다. 그런데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차장이 국방부 관계자를 따로 불러 따지던 중 ‘4기가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정 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의 28일 오찬은 이런 의문을 더 증폭시킨다. 정 실장은 “사드 4기가 들어왔다는데요?”라고 하자 한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는 게 청와대 발표다. 한 장관은 기존의 사드 포대 이외의 다른 4개 포대 추가 반입으로 이해하고 그런 답변을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장관이 문제를 감춰야 할 어떤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또, 답변이 미흡하다면 정 실장이 보충 질문을 하는 게 당연하다. 정 실장이 사드 전반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것은 물론 도입·전개·배치 등과 같은 군사용어와 군사작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용어 혼란을 일으켜 수정 발표한 것도 안보실 상황 파악의 불명료성 때문일 수 있다.

컨트롤타워라면 함께 했어야 할 외교적 고려도 부족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이다. 정 실장이 외교관 출신임을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 안보·북핵·양자 외교의 전문 역량 부족이 걱정되던 터였다. 국가안보실 보강(補强)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