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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견 표출 타깃으로…도시 상징물‘수난’

‘오줌싸는 개’ 배치한 조각가
“황소상에 대한 오마주” 주장

‘인어공주’ 앞엔 “고래 지켜라”
환경운동단체 소행으로 추정

세계 각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들이 수난을 겪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같은 훼손은 기존 질서에 도전하면서 현대 물질문명과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가하려는 의도에 대해 다시 이를 역비판하는 문화 행위 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0일 미국 NBC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월가(街)의 상징인 황소상을 마주 보며 응시하는 두려움 없는 소녀상 옆에 오줌 싸는 개 동상이 배치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조각가 앨릭스 가데가는 이날 오전 두려움 없는 소녀상 바로 옆에 얼굴이 납작하고 주름진 퍼그 개 동상을 3시간가량 세워 놓았다. ‘스케치 도그’(왼쪽 사진)라는 이름의 개 동상은 마치 소녀상 발에 오줌을 싸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가데가는 소녀상 옆에 오줌 싸는 개 동상을 세워 놓은 이유는 황소상에 대한 ‘오마주(경의의 표시로 바치는 것)’라고 설명했다.

황소상은 지난 1989년 주가가 폭락한 이후 조각가 아르투로 디모디카가 월가에 세웠다. 황소는 하락장을 상징하는 곰에 맞서 상승장을 나타내는 아이콘이다. 이후 황소상은 뉴욕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됐다. 하지만 지난 3월 황소상 앞에 소녀상이 등장했다. 젠더 다양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문회사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SSGS)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세웠다. 이 역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동상은 당초 한 달 동안 한시적으로 전시될 예정이었으나 호응이 커지면서 존치 기간이 1년으로 연장됐다. 디모디카는 “소녀상은 내 작품에 대한 모욕”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소녀상이 황소상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황소성의 의미가 부정적인 힘과 위협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가데가도 가세했다. 그는 “소녀상은 예술가가 아닌 억만장자 금융회사가 세운 것”이라며 “이는 금융 상품을 팔기 위한 예술의 외피를 쓴 판촉 활동”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을 대표하는 상징물 인어공주 동상(오른쪽)도 페인트에 훼손됐다. 코펜하겐 북쪽 랑겔리니 부두에 설치된 인어공주상은 이날 아침 빨간색 페인트를 뒤집어쓴 채 발견됐다. 그 앞에는 “덴마크, 페로 제도의 고래를 지켜라”라는 빨간색 구호가 적혀 있었다. 코펜하겐시는 페인트를 즉시 씻어냈고 경찰은 구호 내용으로 미뤄 환경단체의 행위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어공주상은 덴마크의 유명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앙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에서 영감을 받은 덴마크 조각가 에드바르 에릭센이 1913년 제작했다. 그동안 이 동상은 주로 정치적 의견 표출을 목표로 하는 단체들에 의해 머리와 팔이 잘리거나 바다로 던져지는 등 많은 수모를 겪어 왔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