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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역적’ 끝낸 이하늬

“무거운 가체가 가장 힘들어
흉내넘어 새인물 해석 뿌듯”

“쓴맛의 즐거움도 알게 됐어요.”

배우 이하늬(사진)는 MBC 사극 ‘역적’을 끝낸 소감을 이렇게 정리했다. 장희빈, 정난정과 함께 ‘조선 3대 악녀’라 불리는 장녹수 역을 맡은 그는 가야금을 전공한 국악인답게 남다른 한복 맵시뿐만 아니라 완성도 높은 승무를 선보이며 ‘맞춤옷’ 같은 연기를 선보였다. 뛰어난 외모와 기예를 갖췄던 장녹수야말로 미스코리아 출신 국악인 겸 배우인 이하늬의 강점을 한데 묶을 수 있었던 캐릭터인 셈이다.

“예인 장녹수의 모습을 정말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승무와 장구춤, 그리고 죽으며 부른 ‘흥타령’까지 사력을 다해 준비했죠.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장면이 나온 것 같아 기뻐요. 무거운 가체를 쓰고 연기하는 것은 매일 진통제를 먹어야 할 정도의 고통이었지만 보람 또한 컸어요. 예전에는 단맛만 좋아했는데 이제는 쓴맛의 즐거움도 알 것 같아요. 비터스위트(bittersweet)를 제대로 느꼈죠.”

이하늬가 연기한 장녹수는 달랐다. 그동안 강수연, 박지영, 강성연 등이 연기한 장녹수가 요부에 가까웠다면 이하늬의 장녹수는 예인이었다. 서울대 국악과 출신으로 수시로 독주회를 여는 국악인으로서 장녹수를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제대로 된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싶었다.

“장녹수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인물인데 사료가 굉장히 적어요. 그러니 왜곡되는 경향이 있죠. 제가 생각하는 장녹수는 진취적이고 능동적으로 해답을 찾으려는 여성이었어요. 분명 악한 행동을 하지만 그 내면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시청자들이 ‘역적’의 장녹수를 편견 없이 봐주신 것 같아요.”

이하늬 역시 장녹수처럼 많은 편견에 부딪히며 살아왔다. 미스코리아, 서울대, 유력 정치인의 가족 등. 특히 놀라울 정도의 털털한 성격과 달리 주어지는 배역은 대부분 ‘센 언니’였다. “저는 거죽과 속의 갭이 커요”라고 너스레를 떠는 그는 스스로 이런 벽을 허물어가는 중이다.

“‘그냥 좋은 데 시집가’라는 한 카메라 감독님의 말을 듣고 엄청 운 적이 있어요. 하지만 말로 부인한다고 그 편견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좋은 작품을 만나 연기로 토해내려 해요. 유력 정치인의 가족이라는 시선에 대해서는 각자의 일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 관계 속에서 누구에게나 편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해 연기하려 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