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중국의 국보급 서화가인 치바이스의 작품전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한령 해소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그림은 치바이스의 작품 ‘산수도축(山水圖軸)’이며 도축(圖軸)은 족자 형식의 그림을 일컫는 미술 용어다. 서울 예술의전당 제공

‘中의 피카소’ 치바이스 등
잇따라 한국서 작품전 열어

韓 ‘퓨전 산수화’ 왕열 작가
후난성 초청으로 中서 전시

‘수교25년 기념’ 양국서 활발

새로운 정부 출범으로 한·중 갈등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한·중 간 미술 교류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중국 후난(湖南)성문화청과 주한중국대사관, 중국문화원과 함께 7월 31일부터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 한국전을 연다. 후난성 출신인 치바이스는 장다첸(張大千·1899∼1983)과 함께 ‘남쪽의 장다첸, 북쪽의 치바이스(南張北齊)’로 불리며 중국 근현대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다.

치바이스는 중국 경매업체 자더(嘉德)가 2011년 베이징(北京)에서 연 경매에서 1946년 작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전서사언련(篆書四言聯)’이 4억2550만 위안, 당시 환율로 약 710억 원에 낙찰되는 등 세계 미술시장에서 최고가에 거래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는 중국 작가들의 전시 ‘로컬리뷰2017 페킹발’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16년 쓰촨(四川)발에 이은 전시로 ‘로컬 리뷰’ 형식의 이 프로젝트는 동시대 지역 미술을 지역의 눈으로 살핀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또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동시대 작가들에게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수신핑(蘇新平), 왕화샹(王華祥)의 작품 60여 점이 6월 25일까지 전시된다.

또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에서는 중국 장시(江西)성 북동부에 위치한 ‘제1의 요업도시’ 징더전(景德鎭) 출신 도예가인 류단화(劉丹華)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애시(Ashs)灰’전이 6월 16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징더전의 전통적 도자 방식과 수공예로 유약을 덧입히는 기술을 활용하여 불에 탄 재의 형태를 종이처럼 얇고 날카로운 재질로 묘사한 작품을 선보인다. 류 작가의 작품은 경기 파주의 헤이리마을 내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한중작가도예전’에서도 7월 2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중국으로 초대받는 작가도 등장했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중국문화부와 후난성문화관이 주관하고 주한대사관과 중국문화원의 후원으로 왕열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현지의 문화관에서 6월 13일부터 30일까지 초대전 형식으로 열린다.

현재 단국대 예술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작가는 기존의 산수풍경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천 위에 전통 먹뿐 아니라 아크릴, 젯소, 금분, 은분, 미디움, 바니시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면서 전통적 필선 효과도 살려 작품은 ‘해체 산수풍경’ 또는 ‘퓨전 산수풍경’ 등으로도 불린다. 눈이 아플 정도로 색상의 명도와 채도가 높은 빨간색과 파란색의 바탕에 검정 또는 회색의 선으로 처리된 산수풍경은 새로운 파격적 효과를 보여준다.

최근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이 아직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에 따른 보복 조치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완화에 앞서 분위기 떠보기 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치바이스전을 앞두고 지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중국 사이의 문이 최근에 잠깐 닫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이번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스루이린(史瑞琳) 주한중국문화원장은 “한국에 온 이후 양국 관계의 뜨거운 열기도, 추운 겨울도 겪었다”면서 “이번 전시가 양국이 문화교류 측면에서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에 전시된 류단화의 작품 ‘Ashs(灰) 10’. 금산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