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청문회는 마쳤지만…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任실장 ‘위장전입’ 입장표명

강경화 先 공개 강수 뒀지만
이낙연 시인… 김상조도 의혹
인사청문회 최대 쟁점 부상

부동산 투기 목적 아니어서
‘국민 이해’ 자신감 엿보여

청와대가 26일 공직 후보자들의 잇따른 위장전입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기로 한 것은 정부 출범 초기 인사 문제로 발목을 잡히지 않기 위해 조기 진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협치 의지도 다시 천명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위장전입 경력자를 원천 배제할 경우 앞으로 인사가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지명 당시 위장전입 사실을 선공개했지만,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조기에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비서실장은 이 같은 회의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이 입장을 표명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 22쪽에 ‘고위공직자 임용기준 강화-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직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었다.

야권이 청와대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경우 이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 등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보였기 때문에 야당 존중 차원에서도 입장 표명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5당 원내대표와의 오찬 회동을 통해 앞으로 새로운 국회·청와대 관계를 약속한 바 있다. 야권이 새 정부 첫 인사부터 목소리를 높이며 강력하게 요구한 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후보자들이 국회 인준 절차를 통과한다 해도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닌 위장전입 문제의 경우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관행이었던 자녀 취학을 위한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국민의 이해를 바랄 경우 이 문제가 더 이상 큰 쟁점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위장전입 관련 기준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청와대가 검증 진행 중인 일부 인사들도 위장전입 경력이 나타나는 등 이번에 상황을 돌파하지 않으면 인사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점도 청와대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당초 이번 주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던 차관급 인사가 늦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