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폭탄 제조·전달 가능성
‘수사기밀 유출’美, 英에 사과
英, 美와 정보 공유 재개키로

영국 경찰이 22명의 사망자를 낸 맨체스터 아레나 자폭 테러범 살만 아베디(22)의 집에서 대형 화학 폭발물 보관창고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발물질의 양과 시설 등으로 비춰 추가 테러용 폭탄이 제조됐을 가능성이 높아 테러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5일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아베디의 집을 수색하던 도중 폭발성 화학물질과 각종 관련 장치들이 보관된 대형 창고와 함께 폭탄 제조 장소를 발견했다. 경찰은 아베디가 리비아를 방문했을 당시 폭탄 제조 방법을 배운 뒤 영국에서 제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아베디 집에 보관되어 있던 폭발물질의 양이 많은 점으로 보아 아베디가 이번 테러에 쓰인 폭탄 외에 추가 폭탄을 만들어 다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동료들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디는 테러 자행 나흘 전인 지난 18일 리비아에서 맨체스터로 돌아오면서 터키 이스탄불과 독일 뒤셀도르프를 경유했다. 19일에는 맨체스터의 한 쇼핑몰에서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주말에는 집에서 폭탄 주요 부품을 결합하는 데 시간을 보냈으며, 테러 당일인 22일에는 집에서 3마일(약 4.8㎞) 떨어진 임대 아파트에 머물며 폭탄 조립을 마무리했다. 이처럼 폭탄 조립에 두 장소를 이용하는 것은 지난 2005년 파키스탄에서 폭탄 제조 방식을 배워왔던 런던 연쇄 폭탄 테러범들이 썼던 것과 동일한 방법이다. 대테러 전문가들은 이는 아베디가 외국에서 수개월에 걸쳐 폭탄 제조법을 배운 뒤 영국으로 돌아온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경찰은 이번 자폭테러와 관련해 남성 8명을 체포했다.

한편 미국 정부가 언론에 테러 사건 관련 기밀정보를 유출했다며 정보 교류 중단을 선언했던 영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고 정보 공유를 재개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 롤리 런던경찰청 치안감은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경찰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경찰 감식반이 테러 현장에서 촬영한 사제폭탄 파편 등의 사진을 보도하자 정보 공유를 중단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과와 함께 정보 유출자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으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6일 영국을 공식 방문하기로 했다.

김석·윤명진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