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에서 특정인을 향한 ‘악플’은 유명 연예인 등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여기에 특정 집단의 정치적 의도까지 가세하면 민주주의의 핵심인 건전한 공론(公論) 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이런 현상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검증에 적극적으로 나선 야당 의원들에게 무더기로 ‘비난 문자 메시지’가 퍼부어졌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청문회 도중 휴대폰이 계속 울려 확인했더니 ‘XX하네’‘너는 군대 갔다 왔냐’‘낙선운동을 하겠다’는 등 2000건의 문자로 불이 났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태규 의원은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도 ‘털린’ 것으로 나타났다. 강효상, 경대수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수백 건의 욕설 문자 폭탄을 받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극렬 지지하는 그룹들이 경쟁 후보나 문 대통령에 비판적인 국회의원, 언론인 등을 상대로 무더기로 비난 문자를 보내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파문이 인 적도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나 가수 전인권 씨 등도 큰 곤욕을 치렀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허용돼야 하지만, 조직적으로 무차별·무더기 ‘문자 테러’에 나서는 것은 비열한 협박·공갈일 뿐이다. 최근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문빠’의 행패가 두드러진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양념’이라고 하고, ‘인터넷 실명제’ 폐지까지 공약해 기를 더 살려준 셈이 됐다. 집권했음에도 그렇게 하면 ‘사이버 홍위병(紅衛兵)’일 뿐이고, 문 정부에도 부메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