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지은 인천 인제고 교사가 인천 부평구에 있는 민경(가명)이 집에서 민경이의 수학 과목을 지도해 주고 있다. 유지은 교사 제공

유지은 인천 인제高 교사

“바쁜 와중에도 봉사를 왜 하느냐고 제게 묻는다면 마음이 꽉 차는 기분이 좋아서, 내 작은 노력이 모여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느낀 봉사의 의미를 제가 지도하는 모든 학생이 스스로 느끼고 깨달을 수 있도록 계속 봉사하며 봉사의 기쁨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10년 차 현직 교사가 남들이 모두 쉬는 휴일을 활용해 재능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유지은(여·34) 인천 남동구 인제고 교사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평소 남다른 봉사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선생님이다.

“대학에서도 봉사 활동을 했는데, 대학 졸업 후에 사회생활에 적응하느라 여유가 없어 생각만 하다가 교직 생활 3∼4년이 지난 뒤 다시 봉사 활동을 시작했어요.”

유 교사는 2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 교사가 대학 졸업 후 다시 시작했던 첫 봉사활동은 아이를 돌보는 일이었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해요. 부모가 없거나, 보육기관에 위탁받은 아이들을 주말을 이용해 돌봐주는 봉사활동을 2년 정도 했어요. 인터넷을 통해 봉사활동 할만한 곳을 찾았는데, 의외로 보육기관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보육기관 아이들을 돌보던 유 교사는 지금은 한 불우 청소년의 가정교사로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자신의 전공과목인 수학을 불우 아동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하지만, 유 교사가 처음부터 재능 기부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 학생을 만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매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주말 자원봉사에서도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 업무의 연장선처럼 느껴져 처음에는 재능 기부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민경(가명·여·16)이를 만나고 나서 내 재능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재능 기부도 훌륭한 봉사활동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모가 없는 민경이는 휠체어 생활을 하는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살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지만, 중학교 시절에는 수학 성적이 매우 뛰어났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주말에 민경이네 집을 찾아가 수학 과목 지도를 해 주고 있어요. 가르쳐 주는 대로 과제물도 잘하고 문제풀이도 곧잘 따라 해요.”

민경이가 자신의 수업은 잘 따라오고 있지만, 올해 고등학생이 되면서 성적이 정체현상을 보여 유 교사는 안타깝다고 했다.

“민경이가 시키는 것은 참 잘 해내요. 그런데, 부모님이 안 계셔서 그런지 주위에 공부를 챙겨 줄 사람이 없다 보니 제가 없으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옆에서 민경이를 챙겨 줄 사람이 있었으면 민경이는 정말 성적이 쑥쑥 오를 텐데, 정말 안타까워요.”

그래도 민경이가 어긋나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하면서 바르게 자라고 있는 것에 누구보다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유 교사는 전했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와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 단둘이 살고 있는데도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 주는 민경이는 저에게 열심히 봉사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한창 부모님의 돌봄과 관심을 받으며 자라야 할 중요한 시기이고, 때로는 투정도 부리고 싶을 텐데 편찮으신 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어린 나이에도 의젓한 민경이를 보면 대견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민경이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진로와 진학에 대한 방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 많은 대화를 나누며 상담도 해주곤 합니다.”

유 교사는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학생부 관리나 소위 ‘스펙’ 쌓기용 때문에 봉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학생들에게 항상 얘기합니다. 학생들은 ‘스펙 쌓기’ 위해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원봉사 활동을 하지만, 그냥 자원봉사 활동을 하지 말고 봉사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하라고 얘기를 해 줍니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한 뒤 꼭 소감문을 써보라고 권유하고 있어요. 자원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새겨보라는 뜻입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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