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 1인자 커제 1차전 완패

26일 알파고와 中단체전
기사 5명 팀 이뤄서 대결
인간 승리확률 높아 주목

인간의 집단 지성이 인공지능(AI)을 극복할 수 있을까.

세계 바둑 1인자로 평가받는 중국의 커제 9단은 23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의 국제인터넷컨벤션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 3번기 1차전에서 구글의 바둑 AI 알파고에 패했다. 이세돌 9단이 지난해 1승 4패로 무릎을 꿇은 데 이어 커제 9단까지 패하면서 인간이 바둑에서 인공지능과 1 대 1로 겨뤄 이기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알파고는 1차전에서 커제 9단에게 한 번도 흐름을 내주지 않으며 승리해 지난해보다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2차례 남아 있지만, 관심은 26일 오후 중국 기사 5명이 단체로 알파고와 겨루는 대국에 쏠리고 있다. 단체전은 천야오예·저우루이양·미위팅·스웨·탕웨이싱 9단이 서로 상의하면서 알파고와 겨루는 상담기로 진행된다. 인간의 집단지성과 인공지능의 대결.

상담기는 별도의 바둑판에 직접 돌을 두면서 수를 연구할 수 있다. 기사가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대국을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수를 찾을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 5명이 상의해 결정하기에 주관적이거나 과격한 수도 배제된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가 연산 능력을 동원해 최적의 수를 찾아내듯이 최정상급 기사 5명이 최적의 수를 찾아 대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찬우 6단(AI바둑 대표)은 “동료 기사와 연구를 하면서 돌을 놓게 되면 대부분 정수를 두게 된다”며 “초반을 팽팽하게 넘긴다면 승리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상의 팀워크를 이루지 못하면 1명이 대국하는 것보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천 9단은 단단한 바둑을 추구하고, 저우 9단은 새로운 수를 찾는 것을 선호하는 등 기사들의 기풍이 다르다.

단체전에 배정된 제한시간이 2시간 30분이라는 점도 악재다. 충분한 검토 시간이 있어야 상담기의 효과가 극대화되는데 커제 9단과 알파고의 제한시간 3시간보다 30분이 적다. 김성룡 9단은 “중국 기사들도 불리한 점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고, 아무런 대책 없이 알파고와 대국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의외의 방안을 들고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