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환 구조 망가지지 않도록
‘기업 콕 찍어 개혁’ 지양해야

문재인 정부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지명에 이어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재벌개혁’ 의지를 나타낸 인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反)기업 정부’로 오해받을 정책은 지양해야 하며 “시스템 개혁이 되레 경제 활력을 떨어뜨려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가 망가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22일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장하성-김상조’ 인선에 대해 정권 초반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한 것이란 평가에 이견이 없다. 대기업에 경제력이 편중된 한국의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들이 정부 출범 초반 줄을 이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하지만 특정 기업을 ‘콕 찍어’ 개혁하겠다는 식의 정책 집행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 대기업에 의존한 형태의 한국 경제를 개편할 시점이라는 것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정책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을 아우르는 국내 산업 전반의 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업 정부’라는 오해를 받아선 안 되고 경제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년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한국 기업 수가 줄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현시점에서 대기업 경제력 집중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책은 설계만 하는 게 아니라 책임도 져야 한다.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개혁을 한다면 경영권 방어책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에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대기업의 잘못된 행태는 개선해야 하며 ‘주주대표소송제’ 등과 같은 사후적 규제를 도입해 견제해야지, 사전적인 경영권 옥죄기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지배구조는 개별 기업에 맡기는 게 맞다”며 “대신 엄정한 공시제도를 운영해 시장에서 이를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