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신경과 김옥준, 신정원 교수팀은 뇌파 분석을 통해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을 조기 진단하고 질병의 빠른 진행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고 18일 밝혔다. 논문은 저명한 SCI(과학기술인용색인)급 신경학회지인 ‘임상 신경생리학’(Clinical neurophysiology)에 게재됐다.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인간에게서 발병하는 프리온 질환이다. ‘프리온(prion)’이란 광우병을 유발하는 인자로, 단백질(protein)과 비리온(virion·바이러스 입자)의 합성어다. 인체 내에는 프리온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데, 이런 단백질이 비정상적 프리온 단백질로 변형돼 뇌의 세포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면서 중추 신경계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변성을 유발한다.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기억력 장애 및 이상행동, 의식의 변화, 운동실조, 근육간대경련 등이 주로 나타나다가 결국에는 식물인간 상태로 진행된다. 질병의 초기에는 무력감과 허약감, 식욕변화, 수면습관의 변화, 체중감소, 집중력 감퇴, 일시적인 시간 및 장소 혼동, 환각, 감정장애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대부분을 차지해 치매나 뇌전증으로 오진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환자들의 뇌파검사에서 1∼1.5㎐의 예파(periodic sharp wave, 주기적으로 날카로운 모양의 비정상적인 뇌파가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지만, 질병 초기에는 이런 파형이 보이지 않으며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말기에도 파형이 소실돼 진단을 놓칠 수 있다.

연구팀은 지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분당차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환자 23명의 뇌파를 분석한 결과 질병의 초기부터 주기성 패턴이 나타났으며, 병의 진행 시기에 따라 뇌파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비교적 초기인 질병 발생 후 평균 8주쯤에는 비정상적인 뇌파가 불규칙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며, 질병 발생 후 평균 11주쯤에는 예파(Rhythmic sharp and wave)가 규칙적으로 나타났다가, 평균 17주쯤부터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의 전형적 뇌파인 1∼1.5㎐의 예파가 규칙적으로 확인됐다.

김옥준 교수는 “뇌파 상 위의 주기성 패턴들을 보인 환자들은 질병 발생 후 평균 11주쯤에 스스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치매 및 마비가 진행되는 임상소견을 보인 반면, 뇌파에서 주기성 패턴을 보이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에는 약 18주쯤부터 비교적 느리게 질병이 진행하는 양상을 보였다”면서 “조기 진단이 중요한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서 진행단계에 따라 보이는 특징적인 뇌파소견은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이 치매·뇌전증으로 오진되는 가능성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