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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전국부장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말 그대로 한 지역의 마을이 통째로 없어지는 것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고 의미 있는 경제활동도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아 행정단위로서의 구실을 못 하게 된 유령 마을을 ‘소멸 지자체’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30년 안에 전국 228개 시·군·구 중 37%인 84곳, 3482개 읍·면·동 가운데 40%인 1383곳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연구원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거주 지역이 2013년 전체 국토의 53%에서 2040년 61%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소멸 예상 지역에서는 교육·의료·보육 등 기초생활 인프라의 부족으로 ‘생활사막(Life Desert)’ 현상도 진행 중이다. 지난 1998년부터 2008년 사이에 읍·면·동의 상점 40%, 금융기관 33%, 약국 17%가 이미 문을 닫았다. 이에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말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함께 ‘지방 소멸위기 대응을 위한 신(新)지역발전방안’ 포럼을 열었다. 사라지는 전국의 작은 마을을 회생, 재편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소멸 지자체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고령화와 인구 유출이다. 올해는 출생아 수 40만 명 붕괴,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사회 진입 등 인구의 3대 재앙이 겹치는 해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01년부터 1.3명 미만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전세계 224개국 중 220위로 꼴찌 수준을 맴돈다. 고령화도 빠르다. 65세 이상이 오는 2025년 전인구의 20% 이상으로 치솟으며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여기까지는 대강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늙어가는 한국’의 지리적 공간 역시 중앙·지방에서 각각 도시 과밀화와 지방 공동화(空洞化)란 양극화로 쪼개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게다가 그나마 남아 있던 젊은이들도 시골에서 살기 싫다며 떠나고 있다. 1995년부터 전북·전남·경북에서는 40% 이상의 인구순유출이 발생한 반면, 서울·경기 지역은 20% 이상 순유입으로 덩치가 불었다. 특히 젊은 여성은 도시로의 선별적 이동 선호가 더 심하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해보니 이들은 농촌에 살기를 기피하는 이유로 생활 불편, 일자리 부족, 자녀교육 애로 등을 차례로 꼽았다. 주변에 가게가 없어 차 타고 멀리 장을 보러 가야 해 ‘쇼핑난민’이란 말이 생길 정도다. 벌써 어린이집 없는 면이 412개, 초등학교 없는 면도 24개에 달한다. 응급 의료기관 없는 군 역시 10개를 헤아린다.

일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마을·사람·일자리 창생법’을 제정했다. 우리도 지방소멸 현상에 대응하는 가칭 ‘지방소멸대응지역활력특별법’을 준비 중이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부처협업 체계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계획대로라면 약 80개의 소멸 예상 시·군·구에 신규 재원을 투입해 재생 플랜이 가동된다. 새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지방 살리기 방안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와 각 부처가 톱 다운 방식으로 내려보내던 지역발전 정책을 지자체와 주민이 주도하는 보텀 업 방식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대전환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nos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