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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관심 많은 당신,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이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갖 사이비 건강 정보가 넘쳐 나는 시대니, 정확한 이해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하고 올바른 ‘내 몸 공부’가 필요하다.

‘내 몸 공부’(창비·사진)는 지난 40년간 서울대에서 의사들을 가르쳐온 엄융의 서울대 명예 교수가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몸에 대한 책이다. 이는 2005년부터 10년간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우리 몸의 이해’라는 강의를 기본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단단한 의학 지식을 토대로 동서양의 역사와 문학, 예술 등을 오가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아무리 좋은 약과 치료법도 몸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르면서 최신 건강법이나 신약 정보에 귀 기울이는 것은 덧셈 뺄셈도 모르면서 고차방정식을 풀겠다고 덤비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다세포생물인 인간은 많은 세포의 단계적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 조직, 기관 등이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작용하는 것이다. ‘내 몸 공부’는 이 같은 분류를 따랐다. 10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여러 층위의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몸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병의 원인과 메커니즘도 한눈에 들어온다.

동서양의 역사,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 어우러진 몸 상식도 흥미롭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준비한 세균전 이야기와 대표적인 성병인 매독의 명칭과 관련된 일화, 뇌사가 인간의 사망 기준에 포함되기까지의 에피소드, 노화 방지의 명약이라는 멜라토닌의 비밀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대인의 건강에 가장 위협적인 병은 암이 아니라 순환계질환이라거나, ‘단맛은 혀끝, 신맛은 혀 양쪽’ 등 혀의 위치에 따라 맛을 감지하는 부위가 다르다는 ‘혀의 맛지도’는 오래전에 폐기되었다 등 통념을 깨는 지식도 전한다.

저자는 의학 연구와 건강관리가 모두 몸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되기에 건강식품의 이름을 외우고 첨단 의료기술을 좇기보다는 우선 몸에 대한 이해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지만, 몸의 어떤 기능에 문제가 생겨 어떻게 치료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주도적으로 건강을 관리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몸이 작동하는 원리와 질병의 메커니즘을 깨달아야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의학 상식의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