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인천 영흥도에 설치된 해양배양장. 해양수산부 제공

허성범 부경대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앞으로 미세조류 연구에서 고부가가치를 지향해야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허성범(68·사진) 부경대 해양바이오신소재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미세조류 연구의 산증인이다. 허 교수는 지난 1982년 부경대에 부임하면서 국내 최초로 토종 미세조류 분리에 도전, 2015년 퇴임 직전까지 총 2419종을 채집했다. 허 교수가 채집·분리한 미세조류는 지난 1984년 부경대 내에 설립된 한국해양미세조류은행에 차곡차곡 쌓였다. 미세조류 연구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는 허 교수 연구에 힘입어 미국, 영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5대 미세조류 종 보유국으로 발돋움했다. 한국해양미세조류은행에 수십 년에 걸쳐 쌓인 허 교수의 연구 자료는 지난 2015년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으로 이전돼 후학들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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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교수는 1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세조류는 해양생태계 연구와 기초과학 분야에서 연구재료로 폭넓게 쓰이기 때문에 다양한 종을 확보하는 게 필수”라며 “미세조류는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고 온난화를 막아줄 뿐 아니라 산업적인 활용 분야도 넓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연구인 개인이 미세조류의 다양한 종을 확보하기 어려워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배양해 관리하고 국내 연구자 및 산업체에 분양해줘야 한다”며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미세조류를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에너지 외에 의약품, 방사성 물질 제거 등에 효과적인 미세조류처럼 소량 생산해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미세조류를 연구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미세조류 연구도 바이오에너지 분야에 집중돼 있다.

허 교수는 “미세조류를 활용한 바이오에너지 생산은 대량 배양 기술을 갖고 있어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이 짧고 일조량이 많지 않아 사막을 가진 나라가 오히려 우리보다 유리하다”며 “바이오에너지 기술뿐 아니라 소량의 미세조류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이끌 수 있는 원천 기술과 특허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적으로 미세조류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은 기초과학 연구가 뒷받침돼야 열릴 수 있는데, 미세조류 연구는 워낙 기초분야이다 보니 사실상 수익 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우리보다 먼저 활발하게 국가주도형 연구를 벌이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처럼 정부도 조급하게 성과를 재촉하지 말고 연구자를 믿고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