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소련·유럽 등 35개국
재래식무기 군축협상 방식
文측은 “한반도 현실 안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국가안보실(NSC)에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을 신설해 앞으로 북한의 핵 문제 해법에서 군비축소(군축)가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해법은 ‘문재인식 헬싱키 프로세스’가 아니냐는 전망이다.

문 대통령 측 관계자는 12일 평화군비통제비서관 신설과 관련해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한반도 평화에 대비한 군비 체제 정비,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군축, 이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방안 등을 구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지난 1975년 미국과 소련, 유럽 각국 등 35개국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상호주권존중, 전쟁방지, 인권보호를 골자로 체결한 협약이다. 이들 35개국은 유럽의 재래식 군사력 감축 협상인 ‘군비상호균형감축(MBFR)’을 시도했으며, 유럽안보협력기구(CSCE)를 만들어 마침내 1990년 유럽의 군축을 현실화했다.

하지만 헬싱키 프로세스는 철저한 검증과 사찰이 존재했던 만큼 성공하려면 북한과의 신뢰구축과 사찰 허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은 핵미사일 위협으로 나오고 있어 한반도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보수 진영에선 군축과 북핵의 연결을 불안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보수 진영 학자는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며 ‘핵을 포기할 테니 미국도 핵을 줄이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북핵과 군축을 연계하는 것은 북한의 협상 논리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인사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배제한 채, 군축과 북한에 대한 지원만 강조하는 시도는 경계해야 할 사안”이라고 반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유럽이 ‘헬싱키 프로세스’를 통해 OSCE를 만들고 석탄철강공동체를 발전시켜 유럽연합(EU)을 만든 것은 동북아에도 좋은 모범”이라고 말하며 헬싱키 프로세스를 참고해 북핵과 군축을 연결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아시아판 헬싱키 프로세스’ 추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측의 한 인사는 “헬싱키 프로세스는 냉전 시대 용어일 뿐 한반도 현실에 맞지 않는 구호성 캐치프레이즈”라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