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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에서 좀 색다른 단어를 봤다. ‘할빠’와 ‘할마’였다. 맞벌이하는 자식 부부를 대신해 어린 손주를 돌봐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검색해 보니, 2014년 신문 기사에 처음 보인다. ‘황혼 육아족(育兒族)’이 생겨나면서 쓰이기 시작한 신조어라고 한다.

‘할빠’와 ‘할마’에 주목한 것은 ‘조부’와 ‘조모’를 직접 부르던 ‘할바’와 ‘할마’라는 호칭어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혹시 이들 친족 호칭어가 부활한 것이 아닌가 했다가 이내 생각을 접었다. 친족 호칭어 ‘할바’와 ‘할마’는 사라진 단어이다. 물론 지금도 역사극 속의 궁중어 ‘할바마마’ ‘할마마마’를 통해 간혹 들을 수는 있다. 그리고 제주 방언 ‘하르방’ ‘할망’ 등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할바’ ‘할마’는 같은 궁중어 ‘아바마마’ ‘어마마마’에서 확인되는 ‘아바’ ‘어마’와 평칭의 친족 호칭어라는 점에서 동질적이다.

‘할바’는 ‘한아바’로, ‘할마’는 ‘한아마’ 또는 ‘한어마’로 소급하는 아주 역사가 깊은 단어이다. ‘할바’와 ‘할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등장한 이후 이들에 밀려나 사라졌다. ‘아바’와 ‘어마’가 ‘아빠’와 ‘엄마’로 이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할빠’ ‘할마’는 전통적 친족 호칭어인 ‘할바’ ‘할마’와는 무관한 말이다. ‘할빠’는 ‘할아버지’와 ‘아빠’가, ‘할마’는 ‘할머니’와 ‘엄마’가 뒤섞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아빠’ 역할을, ‘할머니’가 ‘엄마’ 역할을 하면서 이 같은 기형적 구조의 단어가 만들어졌다. ‘할빠’를 ‘할아버지’와 ‘아빠’, ‘할마’를 ‘할머니’와 ‘엄마’가 합성된 단어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합성된 것이 아니라 혼효(混淆)된 것이기 때문이다.

황혼의 육아는 아주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손주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문득 ‘할빠’가 된 친구들이 부러워진다.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