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마른 더위’ 예상 대책 비상
봄-여름 미세먼지 농도 비슷

대전 동구에 거주하는 주부 조혜영(34) 씨는 다가올 여름이 걱정이다. 각각 7세와 3세인 두 아들을 둔 조 씨는 올해 봄 심해진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조 씨는 “여름에도 창문을 닫고 살면 아이들이 에어컨 바람을 쐬며 더위를 견뎌야 할 텐데, 전기세 폭탄을 맞을까 봐 벌써 두렵다”고 걱정했다. 특히 올여름은 비가 오지 않는 ‘마른 더위’가 예보돼 있어 세정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위보다 더 무서운 여름 미세먼지에 속앓이를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여름이 오기 전에 잦아드는 황사와는 달리 미세먼지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지름이 2.5㎛ 이하로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PM2.5)는 여름에도 농도가 높은 편이다. 11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3월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37.90㎍/㎥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1.71㎍/㎥ 높았다. 또 지난해 3∼5월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7.64㎍/㎥로 6∼8월 평균 농도 22.62㎍/㎥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여름에는 강수량이 많아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편이지만, 올여름에는 ‘마른 더위’가 예상되면서 비에 의한 ‘세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상청은 지난달 발표한 ‘5∼7월 기상 전망’을 통해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6월 평균기온이 평년(21.2도, 1981∼2010년 평균)보다 높고 월 강수량은 평년(158.6㎜)보다 적거나 비슷할 것으로 예측했다. 장임석 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올해 여름 미세먼지 수준도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강수량 감소를 고려할 경우 체감 수준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초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은 ‘중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나 중국발 미세먼지 피해에 대한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경색된 한·중 관계로 인해 새 정부에서 해결방안이 제대로 도출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중국과 협상하고 싶어도 조사를 해놓은 게 많지 않아 미세먼지 피해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게 문제”라며 “새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경유차 등 보이는 문제뿐 아니라 미세먼지 기초 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