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들이 하루에도 수 개씩 거의 매일 진행되면서 재판정 잡기는 빠듯해지고 있다. 법원은 재판정 ‘교통정리’를 하기도 벅찬 상황에 처했다. 2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밀어내고 대법정을 차지했다. 이 부회장이 중법정으로 밀려난 탓에 그간 그곳에서 재판을 받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소법정으로 밀려났다. 대법정·중법정과 같이 비교적 규모가 큰 재판정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증인을 소환할 때도 특정 재판정으로 출석하라고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재판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이날 이 부회장의 재판은 그간 진행했던 417호 대법정 대신 312호 중법정에서 열렸다. 일단 헌정 사상 세 번째로 열리는 전직 대통령 재판의 역사적 중요성을 고려해 법원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우선 대법정에 배치했다. 이 부회장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27부 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9차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공판 진행 과정 때문에 (5월 둘째 주 기일부터) 아마 소법정에서 진행할 것 같다”고 예고한 바 있다. 소법정이 40석, 중법정이 102석인데 비해 대법정은 150석으로 규모가 크다. 다수의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 방청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법정은 서울중앙지법 내에서도 417호 한 곳뿐이다. 그 때문에 전직 대통령이나 기업 총수 등 굵직한 피고인의 경우 모두 이 법정을 거쳤다. 중법정은 311호, 312호 두 곳이 있지만 모두 연일 국정농단 관련 재판이 이어지고 있어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소법정의 경우 피고인·변호인석이 적기 때문에 김 전 실장 측 일부 변호인은 방청석에 앉아야 할 수도 있다.

현재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기소된 주요 피고인들이 많은 데다, 국민적 관심이 많은 주요 재판도 10여 개 가까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 법원이 교통정리 하기가 쉽지 않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