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명령 서명으로 한미 FTA 재협상 현실화
서비스 개방 확대·철강 등 反덤핑 제소 압박 커질듯
“차기 대통령 조속 訪美, FTA 호혜적 성격 교감 필요”

4월 수출 실적이 급등하며 침체된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발언으로 인해 대외 통상환경의 불안정성은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전략을 파악하지 못한 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에 낙관론만 펼친 정부가 향후 통상 분야의 돌발 악재를 피하기 위해선 차기 정부가 서둘러 미국 측과 접촉해 실리적이면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24.2%를 기록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선박 등 주력 품목의 선전으로 국내 수출이 눈에 띄게 회복된 모습이다. 하지만 완전한 회복세에 놓였다고 낙관하긴 이르다. 지난해 하반기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상반기와 달리 회복 추세에 들어섰기에 올해 하반기 수출 증가 폭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트럼프 리스크(위험)’로 대외 통상 환경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것 역시 우리 수출엔 악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 자국이 체결한 모든 FTA를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만큼 한·미 FTA도 여기에 포함된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의 개정 완료를 ‘올해 안’으로 못 박음에 따라, 다음 순서로 지목된 한·미 FTA는 이르면 내년에 재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기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포함한 안보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는 사이, 통상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며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양국 간 무역수지 불균형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다. 산업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후 한·미 FTA 재협상 테이블에 오를 품목 전반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쌀을 포함한 농식품 분야와 법률·금융 등 서비스 분야 등의 확대 개방 등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별개로 철강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는 반덤핑 제소 등을 통한 압박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국내의 정권 교체기에 통상분야의 정부 조직의 변화도 예상되고 있어 당장 한·미 FTA에 대한 체계적이고 세부적인 대응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최남석(무역학) 전북대 교수는 “차기 대통령이 서둘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큰 틀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한·미 FTA의 호혜적 성격 등에 대해 먼저 교감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