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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美의 협상 전략” 분석

월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이 최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금지·보복관세 등의 제재를 가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검토 대상으로 반도체까지 거론하면서 한국 수출 간판인 반도체 업계가 미국발 보호무역 전쟁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 반도체 업계는 ‘현실성이 없는 발언’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 특유의 기선 제압용 협상 전술로 받아들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는 1996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휴대전화, 컴퓨터 등과 함께 미국 등 82개국에서 오래전부터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보복 관세를 핵심으로 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거나 한미 FTA 재협상 대상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다. 게다가 세계 반도체 시장 중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메모리 비중은 20%에 불과하고, 미국 인텔·퀄컴·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이 주도하는 비메모리 비중은 80%에 달한다.

실제로 대미 반도체 무역 수지만 따로 놓고 봐도 수출보다는 수입이 훨씬 많다.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 금액은 33억5200만 달러(약 3조8230억 원)로, 수입 금액(36억67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반도체 장비까지 합하면 대미 반도체 관련 수입금액은 63억9900만 달러에 달해 수출 금액의 두 배에 육박한다.

여기에 세계 메모리 시장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에 세운 반도체공장에 추가로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AP) 등을 생산하는 이 공장을 1998년부터 가동해 온 삼성전자는 그동안 17조 원 이상을 투자해 왔으며 3000여 명의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복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무역확장법 232조나 한미 FTA 재협상 등이 반도체 시장에 미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다만 안보, 국제정치 이슈 등과 맞물려 있는 데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메모리 독점력이 워낙 강해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튈 수도 있어 긴장의 끝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