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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림돌’이자 ‘디딤돌’… 숙명의 라이벌전

디자인·성능·연비·안전장치 등 업그레이드 모델 선보이며 경쟁
‘모하비’독주 대형SUV시장에 4중 프레임 ‘G4 렉스턴’ 도전장

같은 분야에서 겨루는 맞수를 흔히 ‘라이벌(rival)’이라 부른다. 라이벌은 앞을 막는 걸림돌이기도 하지만 경쟁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디딤돌이기도 하다. 많은 완성차업체가 각축전을 벌이는 자동차시장에는 다양한 차들만큼이나 많은 라이벌이 존재한다. 각 업체는 디자인, 성능, 연비, 안전장치 등에서 라이벌을 넘어서기 위해 경쟁 중이다. 특히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라이벌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형차, 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입 중형차 등에서 벌어지는 대표 라이벌전을 살펴본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시장에서 라이벌전이 펼쳐지는 대표 차급은 국산 중형차다. 당초 국산 중형차 시장은 국민차로 불리는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독무대였다. K5, SM5, 말리부 등이 쏘나타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지난해 르노삼성이 프리미엄 세단을 표방하며 SM6를 출시하면서부터였다. SM6는 감각적 디자인과 주행성능을 앞세워 다소 밋밋한 느낌의 쏘나타(LF)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위기감을 느낀 현대차는 당초 일정을 앞당겨 지난 3월 완전변경(풀체인지) 신차 수준으로 변화를 준 쏘나타 뉴 라이즈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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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뉴 라이즈와 SM6 제원을 비교(가솔린 2.0 모델 기준)하면 차체는 쏘나타가 더 길고(5㎜) 높은(15㎜) 반면 SM6는 더 넓고(5㎜)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 역시 길다(5㎜). 쏘나타가 최고출력이 18마력 높고 연비 역시 ℓ당 0.4㎞(구연비 기준, 17인치 타이어 장착 시)가량 높은 데 비해 공차중량은 SM6가 55㎏ 가볍다.

기아자동차 모닝, 한국지엠 스파크는 경차 라이벌이다. 2008년 이후 줄곧 경차 판매 1위를 지켜온 모닝은 지난해 스파크에 왕좌를 내줬다. 하지만 지난 1월 3세대 올 뉴 모닝을 출시하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한국지엠 역시 상품성 보강 모델 출시를 통해 방어에 나섰지만 1분기 판매량에서 모닝이 스파크를 5393대 차이로 제쳐 1위를 탈환했다. 모닝이 차체 높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10㎜, 15㎜ 길지만 차체 크기나 동력성능은 엇비슷하다. 연비는 모닝이 ℓ당 15.4㎞(복합연비 기준)로 스파크(14.3㎞)에 앞선다.

대형 SUV 시장에서는 라이벌전이 막 시작됐다. 사실상 경쟁자 없이 기아차 모하비가 독주하던 국산 대형 SUV 시장에 쌍용자동차가 25일 G4 렉스턴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모하비와 G4 렉스턴 모두 정통 SUV답게 차량의 뼈대에 해당하는 프레임에 엔진 등 동력 부품으로 구성된 섀시를 얹고 차체와 결합하는 방식을 채택해 일반 도로는 물론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확보했다. 다른 장단점은 뚜렷이 갈린다. 모하비는 최고출력 260마력의 3.0ℓ 엔진을 장착해 G4 렉스턴의 2.2ℓ 엔진(최고출력 187마력)보다 제원상 동력성능이 크게 앞선다. 반면 G4 렉스턴은 세계 최초로 1.5㎬급 초고강도 강판을 4중 구조 쿼드프레임에 적용하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대거 장착했다. 갓 출시된 신차답게 9.2인치 고화질 스크린을 통해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미러링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최신 편의장치도 많다.

글로벌 고급차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BMW는 국내에서도 신형 E클래스와 5시리즈를 앞세워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벤츠는 지난해 6월 출시된 10세대 신형 E클래스의 신차 효과에 힘입어 BMW를 제치고 처음으로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절치부심한 BMW는 지난 2월 완전변경 모델인 7세대 신형 5시리즈를 출시하고 반격에 나섰다. 제원을 비교하면 차체는 후발주자인 5시리즈(520d)가 길이, 너비, 높이에서 모두 E클래스보다 앞선다. 5시리즈 차체는 기존 세대보다 커졌지만 무게는 오히려 가벼워졌다. 반면 새로 개발한 2.0ℓ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한 E클래스(E220d)는 최고출력이 4마력가량 높고 연비도 ℓ당 15.1㎞로 5시리즈(ℓ당 14.0㎞)보다 좋다.

이밖에 최근 친환경차 시장에서 급부상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부문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 플러그인과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이 신흥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동력성능은 아이오닉 플러그인이 시스템 최고출력 141마력으로 프리우스 프라임(122마력)에 앞서는 반면 연비는 프리우스 프라임(가솔린 기준 ℓ당 21.4㎞, 전기 기준 kwh당 6.4㎞)로 아이오닉 플러그인(ℓ당 20.5㎞, kwh당 5.5㎞)보다 우위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