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 측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지율 선두에다 원내 제1당 후보로서 과잉 대응은 물론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자아낼 여지가 크다. 문 후보 측은 24일 더불어민주당 명의로 송 전 장관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선거법 위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 기밀누설 등 5가지 혐의로 고발했다. 송 전 장관 회고록 및 잇단 주장을 색깔론 공세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회고록‘빙하는 움직인다’ 전체를 읽어보면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옹호하는 부분이 더 많고, 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저술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북한 당국에 문의’와 ‘기권 결정’의 선후 관계에는 여전히 애매한 부분이 많다. 문 후보 자신의 말도 여러 번 바뀌었다. 차기 대통령이 될 유력 후보로서 대북관(對北觀) 검증 차원에서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하는 게 옳다. 게다가 정치적 논란을 사법 기관으로 가져가 심판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사기관이 나설 경우엔 대선 이전에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도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생각한다면, 신속한 진상 규명 노력에 앞장서는 일이 중요하다. 당장 국회 정보위원회를 열어 국가정보원이나 청와대 등의 자료를 열람하는 방법이 있다. 전문가 그룹이 함께하면 신뢰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도 저도 어렵다면 문 후보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을 명료하게 밝히면 된다. 그러면 진실 게임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송 전 장관 회고록 문제가 일파만파 확대된 것은 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놓고 큰 논란이 빚어진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충분히 해명했으니 이제 사법기관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하면 국민 눈에 오만하게 비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