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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3명뿐인 대기록’… 김미란 가톨릭대 교수

“수술 건수 달성이 큰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자궁 근종(양성종양) 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로봇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치료 시기를 놓쳐서 오는 경우도 많아 안타깝습니다.”

첨단 로봇수술 장비로 자궁근종 절제술 500건을 시행한 첫 한국인 의사인 김미란(사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 교수는 2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그가 달성한 기록은 종전까지 전 세계를 통틀어 3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지만, 그는 수술 건수보다 자궁근종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싶어 했다.

자궁근종 수술은 예전에는 자녀출산을 다한 여성에게서 많이 발견돼 자궁을 들어내는 방식으로 수술했지만, 최근에는 임신이 필요한 젊은 여성들에게도 많아지면서 자궁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수술이 정교해졌다. 복강경 수술로도 제거하지만, 근종 위치가 깊거나 임신 등에 문제가 있을 때는 더욱 정교한 로봇 수술을 시행한다.

김 교수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산부인과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미혼여성들이 병원에 통 오지 않는다”며 “그래서 미혼여성 중에 근종을 어마어마하게 키워서 오는 환자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자궁근종 수술 환자의 평균 나이는 35세 정도로 대부분 고학력의 전문직이다. 근종 정도가 심해 로봇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 자궁을 적출할 수밖에 없다.

자궁근종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른 호르몬 등의 여러 성장 인자로 인해 커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교수는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젊은 여성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며 “최근에는 특이하게 중학생에게서도 발견되기도 하며, 무엇보다 자궁근종 환자의 50% 정도는 증상이 없어 검진 없이는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김 교수의 환자 중에는 수술로 제거한 근종 무게가 무려 9㎏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9㎏이면 세 쌍둥이의 몸무게와 비슷하지만, 그 환자는 단순히 배가 나왔다는 정도로 생각했다는 것이 김 교수 설명이다. 요즘에도 이런 환자가 많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2010년 환자 맞춤형 자궁근종 센터를 국내 대학병원에서 최초로 개소해 현재까지 센터장을 맡고 있다. 그는 “여성들의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출산을 늦추는 가운데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 자궁근종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며 “저출산 시대에 여성이 건강해야 가족이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혼여성이라도 정기 검진을 받아 자궁근종의 진단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