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대 공약으로 표심 유혹
짧은 선거기간 차별성 떨어져

19대 대선후보들의 정책 공약이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과거 선거 공약을 재탕한 것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짧은 선거 기간에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재정 투입 확대를 통한 각종 복지 정책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8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나란히 발표한 노인 공약이 대표적이다. 노인기초연금에 대해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소득 하위 70%, 50%를 대상 범위를 달리했을 뿐 한 달 30만 원으로 지급액을 늘리겠다고 비슷한 공약을 내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시기는 다르지만 30만 원 인상안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노인 일자리 확충과 관련 수당에서도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각각 40만 원, 30만 원으로 인상안을 주장했고 틀니 본인부담금 인하와 치매 관련 정부지원 강화 등 세부안에서도 두 후보 모두 엇비슷한 기조를 유지했다. 두 후보는 또 국민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이 감액되거나 받을 수 없게 되는 일을 막겠다고 같은 공약을 내놓았다.

청년을 겨냥한 수당 경쟁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매달 30만 원씩 9개월간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구직 청년에게 매달 30만 원씩 6개월간 120만 원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매달 50만 원씩 2년간 1200만 원을 보조하겠다고 공언했다.

저출산 관련 대책으로 후보 대부분이 육아휴직급여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양적 경쟁에 몰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후보는 육아휴직급여를 현 40% 수준에서 3개월간 최대 200만 원, 80%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고 안 후보는 육아휴직 초기 3개월간 임금을 100%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수당 등 복지 비용을 늘리겠다는 공약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단골로 나왔던 내용이지만 진전이 없었고 효과도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