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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파격적인 소극장 공연으로 국내 공연계를 놀라게 했던 엘턴 존. 올해는 스팅이 그 주인공이 됐다. ‘팝의 거장’들이 줄줄이 ‘낮은 곳’으로 임하신다. 영국 록밴드 콜드 플레이 내한공연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들려온 낭보. 지난 15~16일 서울 잠실을 뜨겁게 달군 이들의 콘서트는 1분 만에 매진됐고(2016년 12월 21일 컬처 톡 참조), 예매 사이트는 계속 다운됐으며, 인터넷에서는 수십만 원에 달하는 암표까지 등장했다. 가공할 예매 대란을 일으킨 그들은 오랫동안 기다린 한국 관객들에게 “내한하기 위해 20년 리허설을 했다”는 거짓말이라도 듣기 좋은 ‘고백’을 했다.

열광과 환호, 감동과 위로의 무대가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데, 음악 팬들의 손이 또 바빠질 것 같다. 스팅이다. 영화 레옹에 삽입된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가 흥얼거려진다. 지금까지 1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했고, 그래미상 16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25번 수상한 ‘살아 있는 전설’.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5년 만에 다시 성사된 스팅의 이번 콘서트는 특별하다. 이틀간 10만 석을 매진시키며 내한공연 역사를 다시 쓴 콜드 플레이만큼이나 말이다. 스팅은 이태원의 소극장에서‘축복받은’ 400명만을 만나고 갈 예정. 시처럼 음악을 속삭여 줄 모양이다. ‘거장’이라는 이름엔 의외라는 생각도 들지만,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엔 딱 맞는 선택이지 싶다.

이 낭만적인 콘서트는 콜드 플레이의 2회 공연을 성사시킨 현대카드의 또 다른 기획이다. 해외 스타의 내한이 더 이상 진기한 일이 아니고, 명성만으로 모객도 힘든 시절이다. 신디 로퍼를 비롯해 이름값 한다는 대스타들이 줄줄이 판매 저조를 이유로 콘서트를 취소하기도 했다. 그러니 더욱 돋보이는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한 문화 향유 기회가 많은 지금의 대중에겐 새로운 방식과 자극으로 어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선 이에 대한 자부심이 읽힌다. “런던의 작은 펍에 들어갔는데 엘턴 존이나 스팅이 우리 바로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그런 일이 5월 31일 서울에서 벌어집니다.”

그런데 ‘코앞에서’ 스팅의 속삭임을 들으려면, 콜드 플레이 예매 전쟁 때보다 몇 배는 더 수고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좌석 수가 적으니 허탈감이 더 빨리 찾아올 거다. 콜드 플레이가 1분 만에 매진됐는데, 스팅은 예매 창을 제대로 열지 못할지도. “티켓 구해주시는 분께 영혼과 돈과 술과 고기를 바칩니다.” “400석? 10년 치 운을 다 써도 성공 못 할 듯.” 수 년 만에 다시 스팅의 공연을 볼 수 있다며 이미 온라인이 들썩거린다. 그 축복, 과연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p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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