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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에 관한 화두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정치학자로서 한길을 걸어오면서 10년 단위로 핵심 과제를 정해 연구해 왔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1990년대에는 민주화를 연구했고, 2000년대에는 국가 건설과 근대화, 세계화를 연구 화두로 삼았다. 2010년대에 들어서서는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 자세는 1980년대 미국 시카고대에서 사사한 애덤 셰보르스키 교수와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당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던 임 교수는 ‘자본주의와 사회민주주의’라는 책을 발간한 셰보르스키 교수에게 “이제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고, 셰보르스키 교수로부터 “10년 전부터 준비한 책을 냈으니, 지금부터는 20년 전에 생각해 뒀던 일을 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임 교수도 10년 단위의 장기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13권에 달하는 저서를 발간했고, 이 중 ‘비동시성의 동시성-한국 근대정치의 다중적 시간’이란 책은 최고 권위의 대한민국학술원상을 수상했다.

임 교수의 시선은 이제 남북통일을 향하고 있다. 그의 통일론은 ‘북한이 민주화해야 한반도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북한이 민주화할 경우 한반도에서 전쟁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북한 붕괴론은 가능성이 없는 이론이다. 오히려 붕괴론으로 북한을 자극하면 할수록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 교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민주주의를 수용하면 권력을 보장해 준다는 제안을 하고 초보적이나마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스마트폰 보유 대수가 450만 대에 달하고, 장마당이 성행하는 등 민주주의가 자리 잡을 수 있는 토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