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서재 앞에서 맹자의 ‘이루장구(離婁章句)’편을 인용하며 “강물이 구덩이를 메우고 사해로 나가듯이 한국 민주주의도 전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40여 년간 한국 근대화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연구하고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친 민주주의 이론의 권위자다.

경북 경주 출신인 임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나올 때였다. 그는 “유신 시대에 ‘왜 이 나라는 이렇게 독재가 계속되는가’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유학을 갔는데 가자마자 한 달 만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며 “남미에서도 권위주의가 쇠퇴하는 것을 보고, 한 발짝 앞선 학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민주주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임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입국해 1991년 이화여대에 몸담았고, 미국 조지타운대·듀크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1998년 고려대로 옮겨 ‘정치경제론’ ‘국가와 시민사회’ 등을 강의했고, 정치학도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시장, 국가, 민주주의’ ‘세계화 시대의 민주주의’ ‘1987년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 등 많은 책을 펴냈다. 2014년에는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의 개념을 확장해 한국의 20세기를 분석한 ‘비동시성의 동시성’으로 다음 해 대한민국학술원상(사회과학 부문)을 수상했다.

임 교수는 이 책에서 각기 다른 시대의 사회적 요소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이 개념을 통해, 20세기 한국 정치에 다양한 ‘비동시적 시간’이 존재했다는 점을 보여줬다. 2009년 집필한 ‘신유목적 민주주의’로는 한국정치학회 학술상을 받았다.

학문에만 매진한 건 아니다. 1998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 2009년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 등을 지냈다. 2003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치개혁연구실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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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생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 박사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치개혁연구실장 △이화여대 정외과 교수 △고려대 정외과 교수 △한국정치학회 명예이사 △고려대 정책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