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2일 경제공약 종합판인 ‘J노믹스 구상’을 발표했다. 재정을 대거 풀어 ‘사람 중심의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게 요체다. 재정 지출 증가율을 지금의 두 배인 7%로 끌어올리고 늘린 예산을 4차 산업혁명, 교육·보육 등 10대 핵심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매년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유력 대선 주자가 경제 비전을 내놨으니 국민의 관심이 쏠릴 만도 하다. 진보 진영의 후보가 분배에 방점을 둔 경제민주화 대신 ‘성장과 부흥’ 표현을 공약에 적시했다는 점에서도 새롭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문제점투성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성장 추진 방식이다.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방향은 타당하다. 하지만 그 방식이 재정에 의존하는 관(官) 주도의 성장이어선 곤란하다. 일시적 경기부양 효과는 있을지언정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을 풀어 수요를 창출하려다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 지출을 늘리면 민간 투자가 위축된다는 경제학의 ‘구축(驅逐)효과’도 같은 맥락이다.

재원 조달 방안도 두루뭉술하다. 공약대로라면 4년간 150조 원가량이 들어간다. 그러나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안 보인다. 더욱이 우리는 1400조 원이 넘는 국가부채를 짊어진 ‘채무 요주의’ 우려 국가가 아니던가. 문 후보는 5년간 세수 자연 증가분에서 50조 원을 끌어 쓰고 부족한 부분은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 정책 자금 활용 확대 등을 통하면 재원은 문제없다는 투다.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물가 상승에 따라 각종 경상 지출이 늘어나고 공무원 증원으로 인건비 지출도 늘어나면 남는 돈은 별로 없게 된다. 부족하면 국민 동의를 전제로 증세하겠다고도 하지만 경제난이 가중되면 엄두조차 못 낼 ‘가정법’ 공약일 뿐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의 주체는 역시 기업이다. 하지만 문 후보 경제공약에는 기업 기(氣)살리기 대책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외려 ‘갑질 근절’이라는 새 전투적 구호를 동원하며 대기업 적대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 징벌적 손해배상소송제, 집단소송제 도입 등도 거듭 약속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프리존 특별법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경제활성화 법안을 계속 반대하는 문 후보는 경제 성장을 말할 자격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