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의 불법(不法) 천막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박원순 시장이 시민의 온전한 문화·여가 활동 공간으로 되돌리는 일을 끝없이 외면·우회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당초 예정보다 43일 늦게 13일부터 새 잔디를 심으면서 불법 천막 설치 지역을 제외했다. 불법 천막의 철거는 뒷전인 본말전도다. 세월호 유족 등의 불법 천막들에 서울시의 ‘지원 천막’ 11개까지 더해 20여 개가 어지럽히고 있는 광화문광장에 11일 새 잔디를 심은 것도 마찬가지다.

불법 천막 41개로 서울광장 일부를 지난 1월 21일부터 점유해온 ‘대통령 탄핵 무효 국민저항 총궐기운동본부’는 헌법재판소 결정 불복에 집시법 위반 시정 거절까지 더해 ‘법치(法治) 거부’가 겹치는 셈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행정대집행 예고를 빈말로 만들고 있다. 2014년 7월 14일 설치돼 사회적 갈등 확산의 상징이 된 지 2년9개월에 이른 광화문광장의 불법 천막에 대한 방조는 더 심각한 일이다. “단순 무단 점유” 운운의 궤변으로 감싸기까지 한다.

인양된 세월호는 침몰 3주년을 닷새 앞둔 지난 11일 목포 신항 육상 거치가 완료됐다. 현장수습본부도 12일 꾸려졌고, 미수습자 9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곧 본격화한다. 미수습자 가족의 애끊는 심정은 오죽할까만 철저한 수색을 기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사드 배치 철회’ 등 세월호와 무관한 정치적 구호까지 내세운 광화문광장 불법 천막들도, ‘법치 거부’ 서울광장 불법 천막들도 모두 이젠 걷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