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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전국부 부장

오는 5월 9일 대통령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시점에서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재·보궐선거 결과가 13일 드러난다. 비록 국회의원 1곳과 기초단체장 3곳, 광역의원 7곳, 기초의원 19곳 등 30곳에서 열리는 ‘초미니 선거’지만 대선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선거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번 재·보궐선거에 쏠리는 관심의 정도에 비해 흥행 측면에선 실패한 선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듯싶다. 이러한 조짐은 지난 7∼8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 투표에서 이미 드러났다. 38만6727명의 선거인 중에서 불과 2만882명만 참여해 전국 평균 5.90%의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한 것. 사전 투표율이 2%를 밑돈 광역단체도 있었다. ‘빅 게임’을 앞두고 보이는 재·보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선거를 바라보는 민심의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 유권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누가 출마했는지 모른다는 사람이 적지 않고, 선거가 치러진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특히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회 의원을 뽑는 일부 지역에선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있다는 것이다. 개인 비리 등으로 선출직들이 낙마하는 바람에 선거가 치러지는데, 지방자치단체들이 막대한 보궐선거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못마땅하고 억울하게 여긴다는 얘기다. 잘못은 당신들이 했는데, 왜 내가 비용을 내야 하느냐는 것이다.

내년 6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선출직 단체장과 시·도 및 시·군·구 의원을 뽑는 게 국고 낭비라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어차피 1년 남짓 뒤에 또 선거를 치러야 할 판인데 그로 인한 비용 부담은 결국 주민의 몫으로 남는다. 국회의원의 경우 국비로 선거를 치르지만 시·군·구 단체장과 의원은 해당 지자체가 보궐선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기초단체장 선거를 치르는 데에만 평균 10억 원가량의 비용이 든다니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일각에서 개인 비리로 치러지는 선출직 보궐선거 비용에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선거비용도 문제지만 선거 과정을 심각하게 봐야 하는 이유는 딴 곳에 있다. 평소 기초단체나 광역·기초 의회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인 시각이 이번 선거 과정에 고스란히 반영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그것이다.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선행요소는 적극적인 주민 참여다. 지방자치제가 생명력을 잃지 않으려면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수적이다.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지 20여 년이 지나면서 제도적인 정착은 이뤄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방 행정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지방의회에 관해서는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형편이다.

지방자치제는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장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능과 장점이 최대한 발휘되려면 선출직이 국민의 의사를 얼마나 잘 받들고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잘 자라는 법이다.

y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