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 3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자리한 액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에서 스타트업 ‘하이픈’의 공동 창업자인 아르노 그룬 왈드(가운데)와 랜지 트 로세(왼쪽)가 경영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부> 글로벌 경험서 배운다 - ③ 실리콘밸리

성장위한 생태계 마련해주는
액셀러레이터 20~30곳 경쟁
4개월마다‘배치’50곳 선발
초기자금 15만달러 지원해

창업 3대요소 갖춘 실리콘밸리
2015년 스타트업 1만4529곳

“제 롤 모델은 페이스북이에요. 혁신적이고, 유연하죠. 그런 정보기술(IT) 기업의 창업자, CEO가 되고 싶어요.”

지난 3월 3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한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500스타트업(500 Startups). 앞서 1월에 ‘3500대 40’의 경쟁률을 뚫고 500스타트업의 ‘배치’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택된 스타트업 ‘하이픈(Hyphen)’의 공동 창업자 아르노 그룬 왈드(37)와 랜지 트 로세(41)는 ‘꿈’에 대해 묻자 상기된 얼굴로 자신들의 목표를 쏟아냈다. 하이픈은 직원들의 익명 리뷰를 통해 기업을 평가하는 사이트 개발 업체다. 왈드는 “이곳에서 젊은 CEO들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 그리곤 “배치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다는 게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액셀러레이터란 창업 아이디어나 아이템만 존재하는 단계의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해 업무 공간 및 마케팅, 홍보 등 비핵심 업무를 지원하는 기관 혹은 기업을 말한다. 민간 액셀러레이터인 500스타트업은 4개월마다 배치라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배치마다 전 세계 2만5000∼3만5000개 스타트업이 지원을 하고 이 중 40∼50개를 추려 창업 초기자금 15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지원한다. 마케팅·전략 부분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배치가 끝나면 언론과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데모데이’를 연다.

배치를 거친 스타트업 중 약 2% 만이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대박’ 가능성은 2%지만, 500스타트업은 투자 회사의 지분 6%를 받아 투자 원금 이상의 수익을 건진다. 전체 중 5∼10%는 100만 달러(약 11억4000만 원)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한다. 액셀러레이터도 기업이다. 최대한의 수익을 내려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찾기 위한 액셀러레이터의 눈이 매서워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 출신인 아르준 데브 아로라 500스타트업 파트너는 “스타트업에 성장을 위한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라며 “실리콘밸리에는 20∼30여 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등 글로벌 IT 기업이 본사를 둔 실리콘밸리는 거대한 창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샌타크루즈까지 펼쳐진 4793㎢ 넓이의 최첨단 산업기술단지인 이곳은 지난 2015년 기준 1만4529개 스타트업이 ‘제2의 페이스북’을 꿈꾸며 둥지를 틀고 있다. 스탠퍼드, 버클리 등 명문대학이 기술과 인재를 공급하고, 500스타트업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 법무법인, 회계법인, 홍보업체 등이 이들의 성공을 돕고 있다.

스타트업 성공 신화가 유독 실리콘밸리에 집중되는 것도 이러한 창업 생태계 덕분이다. 미국 유니콘 기업 중 기업가치 2위를 자랑하는 ‘에어비앤비(Airbnb)’가 대표적이다. ‘남는 방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다’는 사업 아이디어로 지난 2008년 창업한 이들은 2009년 실리콘밸리의 유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에 지원,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수년 동안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하루에 100만 명 이상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을 한다.

실리콘밸리 한인 엔지니어 모임 ‘K-그룹’의 강준 대표는 “실리콘밸리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3대 요소인 아이디어, 인력, 투자 등을 모두 갖춘 곳”이라며 “특히 실리콘밸리에는 창업에 실패하거나, 다니던 회사가 망해도 이력서 뿌려놓고 잠시 휴가를 다녀오면 연락이 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인력 선순환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실리콘밸리는 실패가 자양분이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글·사진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