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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철 ‘미세먼지 주의보’… 건강한 생활 수칙

집안 환기 오후 1 ~ 3시, 하루에 물 8잔 ‘OK’

탄소·질산염 등 유해물질 많아
코·입·기관지에서 못 걸러내
심혈관·안과 질환 등 유발시켜

농도 ‘나쁨’땐 실외활동 자제
피부로도 유입돼 긴팔 옷 착용
귀가뒤 반드시 세수·샤워해야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중년 직장인 A 씨는 몇 해 전부터 유행인 ‘자출(자전거 출근)’에 동참했다. 자전거 타는 즐거움도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평소 부족했던 운동량을 늘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A 씨는 얼마 전 폐부종 진단을 받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을 중단했다. 비교적 양호했던 폐가 아침저녁 자전거 출퇴근길에 흡입한 매연으로 급속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시작했던 운동이 독으로 작용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이처럼 평소 건강 행동이라고 여겨졌던 수칙들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요인으로 변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의 경우 특히 이러한 건강 행동에 대해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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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시대 건강의 역설=미세먼지는 탄소, 유기탄화수소, 질산염, 황산염, 유해금속 성분 등을 가진 대기 중 부유 물질이다. 대부분 자동차의 배기가스, 도로 주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에서 발생하는데, 크기가 매우 작아서 코와 기도를 거쳐 기도 깊숙한 폐포에 도달할 수 있으며 혈액을 통해 전신적인 순환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호흡기를 비롯해 심혈관, 안과 질환 등 다양한 부문에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도심에서의 아침 운동은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요즘 수도권의 대기에는 인체 유해물질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낮에는 태양의 영향으로 인해 대기 흐름이 원활하지만, 해가 진 뒤 늦은 밤이나 해 뜨기 전 아침에는 대기 중에 먼지가 정체돼 있어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기 흐름의 정체가 지속된, 해 뜨기 직전에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을 수 있어 이때 운동을 하면 많은 유해 먼지를 흡입할 수 있다. 운동할 때는 평소보다 호흡량이 많아지고, 보통 30분 이상 지속하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유해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요즘 새벽에 운동하는 것은 팔다리는 건강해질 수 있지만, 호흡기를 비롯한 각종 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도심에 거주할수록 잦은 환기도 피해야 한다. 아침이나 저녁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의 환기는 오히려 실내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학계에는 큰 도로에 밀접한 주택가에 거주하는 사람이 큰 도로에서 떨어진 주택가 거주인보다 미세먼지 관련 질환이 1.6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그만큼 주택에서의 환기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장윤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집 안 환기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오후 1∼3시가 좋다”며 “또 비 온 뒤에도 미세먼지가 가라앉기 때문에 실내 환기에 좋은 시간”이라고 조언했다.

◇생활 속 미세먼지 노출 최소화=한남수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호흡기센터장은 “미세먼지는 코나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체내로 유입돼 각종 염증 등을 유발한다”며 “특히 노약자나 순환기,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은 미세먼지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어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환경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봄나들이를 즐기고자 한다면 먼저 대기환경정보 홈페이지, 대기오염 관련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미세먼지 현황을 파악하고, 농도가 ‘나쁨’ 이상이면 실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외출 시 ‘보건용 마스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보건용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된 ‘KF80’ ‘KF94’ 등급이 있는데 이 제품은 각각 미세입자를 80%, 94%까지 차단할 수 있다. 다만 마스크를 착용해도 활동량이 많으면 호흡량도 늘어나 미세먼지 유입량이 증가하게 돼 운동 등은 피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호흡기 외에 피부 등을 통해서도 체내 유입이 가능해 긴팔 옷과 선글라스, 보안경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봄비는 미세먼지의 중금속이 함께 녹아 있어 피부에 닿을 경우 피부 질환이 나타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미세먼지에 오랜 시간 노출된 뒤에 실내로 들어올 때도 주의해야 한다. 옷과 몸에 묻은 먼지를 털고 바로 세수, 샤워 등을 통해 몸에 묻은 먼지를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담배 연기도 마찬가지다. 공기청정기업체 블루에어가 실내 공기 중 미세먼지를 측정했더니 흡연자가 담배를 피운 직후 실내로 들어갔을 때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이 들어갔을 때보다 초미세먼지 수치가 5배 정도 높았다. 담배를 피운 뒤 10분 정도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고 들어갔을 때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남수 센터장은 “수분 부족이 호흡기 점막의 건조현상과 황사와 미세먼지 성분의 침투를 쉽게 만들기 때문에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며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여 비타민C, B 등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