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및 구속’이 법치주의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반대의 위험성도 나타나고 있어 걱정된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 법원의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 심사를 둘러싼 찬·반 압박과 위협 등이 횡횡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기소와 재판, 박 전 대통령 구속에도 아직 건재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사법 절차 등 앞으로도 법치가 정치나 여론에 휘둘릴 여지는 여전하다.

그런 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3일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최근 우리 사회의 분쟁과 대립이 격화하면서 재판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넘어 그 결론이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불복하거나 왜곡해 전파하고 있다”며 우려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심지어 양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不信)은 한 사회의 종말이 시작되는 징표”라고도 했다. 법의 지배가 무너지면 혼돈과 야만의 사회가 된다는 점에서 양 대법원장의 진단은 당연한 것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 결코 기우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새파란 40대 판사 손에 나라가 망했다”는 반발이 나오고, 탄핵에 대해서는 “기각하면 혁명” “인용하면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 등 험한 말들이 쏟아졌다. 사법부 자체의 신뢰 회복 노력이 급선무다. 양 대법원장이 밝혔듯이 법관의 양심은 개인의 편향적 생각을 극복한, 사회 일반이 보편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가치관이어야 한다. 정치권 및 국민도 감탄고토식의 사법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