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든, 조직이든 어려울 때 진면목이 드러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후보로 각각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와 유승민 의원의 상호 비방전은, 지지도가 밑바닥인 두 후보가 서로에게 침 뱉는 격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어려울 때도 품격을 유지하며 꿋꿋이 서 있는 것도 보수(保守)의 미덕에 속한다. 그런데 두 후보의 설전은 그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 보수의 대의(大義)에 먹칠할 정도로 천박하다. 두 정당은, 가까이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27년 이상, 멀리는 반세기 이상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보수 정당으로 한솥밥을 먹다가 지난 1월에 쪼개지지 않았는가.

홍 후보는 2일 유 후보 측을 향해 “가출했던 분들”이라며 “어린애처럼 응석 부리지 말고 조건 없이 돌아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책임 문제도 “탄핵 원인이 없어졌기 때문에 분당 구실이 없다”고도 했다. 심지어 “대통령 선거보조금 50억 원을 받은 뒤에 (국민의당과) 합당하면 제2의 이정희”라는 독설도 내뱉었다. 이에 맞서 유 후보는 이날 “후보 자격이 없는 굉장히 부끄러운 후보”라며 “바른정당이 한국당으로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홍 후보가 성완종 게이트 사건으로 1심 유죄, 2심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대법원 재판을 앞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유 후보는 “한국당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망치고 아직도 치맛자락을 붙잡고, TK에서만 숨어서 정치하려는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야 TK가 다시 산다”고 비판했다.

지난주 5자 가상대결 여론조사(한국갤럽) 결과, 홍 후보는 9%, 유 후보는 5%였다. 문재인 40%, 안철수 29%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정당은 집권을 해 정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결사체라는 점에서 두 후보의 이전투구는 그 목적이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지방선거나 2020년 총선용이란 얘기도 나온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식의 행태를 중단하고, 진정한 보수의 길을 제시하면서 보수 재건을 위해 누구든 포용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