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수의(囚衣)를 입는 신세로까지 추락했다. 구속된 전직 대통령으로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은 세 번째지만, 임기 중 파면돼 곧바로 구속된 첫 헌정사의 기록이라는 더 큰 오명을 남기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것은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면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모두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부모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비극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또 2012년 12월 박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국민 중 상당수는 자괴감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안타깝지만 박 전 대통령을 ‘과거’로 돌려야 할 때다. 검찰의 추가 조사와 기소, 재판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공적 지위’ 자체에 변화가 있기는 힘들다. 한편으로 박 전 대통령 구속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법 앞의 평등은 물론 누구도, 어느 영역도 법의 지배에서 성역(聖域)이 될 수 없음을 국민 모두가 확인했다. 특히,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사람들부터 박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뇌물죄 여부일 것이다.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주요 혐의가 소명된다고 한 것은 뇌물수수 혐의의 타당성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청탁을 받은 적도 없고 사적 이익을 취한 적도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강 판사는 ‘몸통’으로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앞으로 검찰이 범죄사실을 증명해 합리적 의심의 가능성을 남기지 말아야 유죄가 확정된다. 박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은 치열하지만 합리적으로 법리 공방을 벌이기 바란다.

이제부터 국민은 모든 판단을 사법 절차에 맡기고 승복해야 한다. 우선, 태극기 시위대는 집회를 자제하고 촛불 시위대는 상대방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혼란과 분열을 부추기는 행태를 절대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친박’은 이제 정치 일선에서 사라져야 한다. 정치권은 불통·비선으로 불리는 ‘불투명한 권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명심해야 한다. 나아가 제왕적 대통령을 감시·견제하고 투명한 권력 행사를 담보할 수 있는 개헌에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마침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 코 앞이다. 정치권과 국민 모두 우리 사회의 미래(未來)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