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늦어졌나’ 오해와 진실

기상악화·판단착오 겹쳐 지연

해수부, 탄핵직후 언론에 문자
‘고의지연’ 의혹 키운 측면도

‘탄핵 5시간 만에 곧바로 인양 결정?’

세월호 인양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일각에서 지난 3년간 왜 지체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본격 인양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시점과 맞물리며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고의로 지연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세월호를 인양해 조사하면 현 정부에 불리한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일부러 늦추다가 조기 대선이 예상되자 재빨리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가 난 지 5시간쯤 지난 10일 오후 5시 출입기자들에게 ‘인양 현장 취재 지원계획’ 문자를 보내 의혹이 더 커진 측면도 있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면 당시 인양 일정은 2월 10일로 예정됐다가 기상 악화로 취소됐던 것인데, 해수부가 날짜를 3월 17일로 수정해 이날 기자들에게 재공지한 것이다. 24일 해수부, 현장 관계자, 전문가 등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인양 작업이 지체된 것은 부실한 사전조사, 판단착오, 기상악화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우선 세월호를 물 밖으로 꺼낼지 말지를 두고 1년간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정부가 인양을 최종 결정한 게 2015년 4월이다. 사고 초반에는 희생자 가족들이 시신 유실 가능성을 들어 인양을 꺼렸고, 수색 종료 후에는 천문학적 비용과 위험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2015년 8월 중국의 상하이샐비지가 인양 업체로 확정된 뒤 정부는 2016년 7월을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하지만 인양 종료 시점은 거듭 뒤로 밀렸다.

핵심 공정으로 세월호를 들어 올리는 받침대 역할을 하는 리프팅빔 설치 작업이 난항을 겪었다. 선미(배꼬리)에 리프팅빔을 설치할 때 해저면을 파는 굴착 방식으로 하려다 여의치 않자 선미를 들어 올려 끼우는 방식으로 변경하며 작업이 5개월이나 지연됐고, 지난해 10월에야 마무리됐다. 리프팅빔에 와이어를 연결해 해상 크레인으로 끌어올리려던 계획도 꼬였다. 크레인을 재킹바지선으로, 플로팅독(해상부두)을 반잠수식 선박으로 각각 변경하느라 시간을 또 허비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