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무일 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강남밝은안과 원장실에서 시력교정수술을 받았던 이보미 프로가 우승 사진과 사인을 감사의 표시로 전해줬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이무일 강남 밝은 안과 원장

이무일(69) 강남밝은안과 원장은 골프는 보는 눈이 좋아야 할 뿐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의 눈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 강남밝은안과 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 원장은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꼬박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엔 일요일도 골프장을 찾기가 빠듯한 형편이라고 전했다. 1주일에 하루 쉴 때 나눠서 ‘봉사활동’과 ‘골프’를 칠 정도라고 한다.

“실력보다는 구력만 쌓인다”며 웃는 이 원장에게도 골프장을 자주 찾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1990년 40대 초반 선배 의사들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안과도 지금까지 이전 한번 하지 않고 30년째 압구정동 한곳만 고집하고 있다. 당시 서울 근교의 태릉골프장, 남성대, 수원 등을 자주 찾았다.

이 원장은 “1990년대에만 해도 볼 치기 좋은 시절이었다”면서 “여름이면 새벽에 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와도 오전 10시쯤에는 진료가 가능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요즘엔 교통 체증이 심해 평일 라운드는 꿈도 꾸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이 덕에 많을 때에는 1주일에 서너 차례 라운드를 하기도 했다고.

이때가 이 원장에게는 골프 황금기였다. 싱글 패도 받았고 홀인원도 두 차례나 작성했다. 그의 베스트는 78타. 골프에 입문한 후 진료실과 골프장을 정신없이 오갈 때였다. 골프채를 잡은 지 7년 정도 됐을 즈음 태릉골프장에서 동료 의사들과의 모임에서였다.

이 원장은 제주에서 골프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롯데 스카이힐 제주 골프장의 정회원 1호였고, 이 골프장 첫 홀인원의 주인공도 이 원장이었던 것. 롯데그룹에서 구매를 담당하던 임원이 그의 친구였다. 그 친구와 회원에 가입하기 전 시범 라운드를 돌아본 뒤 코스도 마음에 들고 해서 2003년 9월 1억6000만 원에 분양받았다. 그때만 해도 회원권 역시 아파트 청약하듯 경쟁률이 치열해 추첨을 통해 입회가 결정됐다.

이듬해 봄 주말을 끼고 친구와 지인 등 2팀이 부부 동반으로 휴가를 내서 라운드를 즐겼다. 이때 이 골프장 개장 이래 공식 홀인원 1호를 기록했다. 물론 이 원장 생애 첫 홀인원이었다. 라운드를 시작한 지 20분도 채 안 돼 힐 코스 2번 홀(파3·128야드)에서 9번 아이언으로 친 볼이 그린을 한 차례 맞더니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던 것. 제주여행 첫날에 나온 행운이라 남은 여행 일정에서 웬만한 비용은 ‘홀인원 턱’으로 대체돼 고스란히 이 원장 몫이 됐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말처럼 홀인원 소식이 퍼져 쇄도하는 전화 때문에 진료하는 데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고. 홀인원 기념 볼도 모자라 두세 차례 더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제 와서 생각하니 홀인원 후 좋은 일이 많이 생겼던 것 같다”며 3∼4년 동안 박사학위를 받았고, 안과도 번창했으며, 자녀들도 무탈하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2007년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 골프장에서 열린 의사 모임 때 두 번째 홀인원을 작성했다.

그의 진료실에는 유난히 골프선수들의 친필 사인이 담긴 사진이 많았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상금왕 이보미를 비롯해 유럽프로골프(EPGA)투어의 이수민 등이 대표적이다. 수술 후 감사의 뜻으로 우승 사진에 사인까지 해줬던 것.

이 원장에게 시력교정수술을 받은 이보미는 한국에서 상금왕에 오른 뒤 현재 일본 최고 선수에 올랐다. 이수민 역시 2015년 그에게서 시력교정수술을 받고 이듬해 매경오픈 2위에 오르더니 유럽투어 선전(深)인터내셔널에서 우승까지 맛봤다.

이 원장은 “골프를 잘하려면 시력이 좋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면서 “특히 프로선수들은 대회에서 빠른 퍼팅 그린을 늘 접하지만 미세한 라인을 살피려면 시력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골퍼라 해도 골프장 같은 야외 활동 시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나 UV 코팅된 안경 착용이 필수”라면서 “무방비로 방치했다가는 각막이 손상되므로 효율적인 시력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이 전해주는 눈을 잘 활용한 팁 하나. 사람마다 각기 다른 ‘주시안(主視眼·우성안)’을 잘 활용하면 샷 방향과 퍼팅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 즉 양손을 쭉 뻗어 엄지와 검지로 사각형을 만든 뒤 그 안에 보이는 사물을 왼쪽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감고 봐서 더 선명하게 보이는 눈이 자신의 주시안이라는 것. 평소 퍼팅 라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주시안을 찾아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고.

이 원장은 의사 수필가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열린의사회 창립 멤버로 활동해 온 이 원장은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지금까지 12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예전에는 내기를 하다가 상대가 잘 쳐서 돈을 잃는 것보다 내가 못 쳐서 돈을 잃는 게 더 속이 상해 연습장을 자주 찾았던 때가 있었다”며 “요즘엔 잘 맞아도 드라이버 샷 거리가 200야드를 넘기기도 힘들다 보니 마음을 비우고 치는 편”이라고 웃었다. 이 원장은 “골프장에 가면 골프 외에는 모든 것을 잊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게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