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패권적 행태” vs “安·李, 한국당 행태”… 민주 경선 과열

이미지 크게보기살펴보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을 찾아 기둥에 남아 있는 총탄 자국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安측 “표창장 해명도 참모 탓만”
李측 “부산대통령 발언 역공만”
文측 “앞뒤 발언 자르고 왜곡해”
黨내부서도 구태 재연 우려 나와

‘전두환 표창장’ ‘부산 대통령’ 논란으로 촉발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간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최대 승부처로 불리는 호남 경선이 임박하면서 각 후보 측은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거친 언사를 주고받고 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구태가 재연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경선 후유증으로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후보 간 직접적인 논쟁은 일단 자제하는 분위기이지만 캠프 간 논쟁은 ‘남 탓 타령’ 등 후보 자질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21일 후보들이 직접 나서거나 공개적으로 논란을 더 키우진 않았지만, 문재인 전 대표 측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물밑 신경전을 이어갔다.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에서는 문 전 대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리더십 부족과 패권주의적 행태가 다시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문 전 대표는 전두환 표창장 논란을 촉발한 특전사 사진을 캠프 TV토론본부에서 골랐다고 해명했다”며 “문 전 대표의 지도자 자질을 다시 한 번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어떤 정책을 가져나온 뒤 참모 탓을 할 것인가”라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면, 2007년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기권 과정 논란 때도 문 전 대표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도 “논란 과정에서 문 전 대표의 패권적 행태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부산 대통령’이라는 표현의 위험성을 알면 그에 대해 조심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이를 지적하는 쪽을 공격하는 데 급급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은 오거돈 부산 선거대책위원장의 ‘부산 대통령’ 표현 논란과 관련, “표현만 문제 삼아 지역감정 조장 운운하는 건 오히려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말꼬투리 잡기”라며 “이런 공세를 펴는 정당과 정치인은 오히려 특정 지역에 기대서 정치 생명을 이어가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고 성명을 냈다. 문 전 대표 측은 안 지사 측에서 전두환 표창장 논란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앞뒤 발언을 자르고 왜곡해서 공격하는 모습은 자유한국당의 행태와 너무 닮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은 확전을 경계하며 앞으로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네거티브에는 반드시 역풍이 있다”며 “선거인단이나 국민 여론이 네거티브를 자제하도록 자정 기능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후보 측에서는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이 ‘문자 폭탄’ 공격을 하는 등 조직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안 지사 측에서는 “문 전 대표 측은 안 지사의 ‘선의’ 발언 논란 때 맥락을 자르고 비판하지 않았느냐”며 “전형적으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태도”라는 반응도 나온다.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과열되는 분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보수층이 결집하고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경선 이후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참배하고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20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 민주묘지를 방문, 김주열 열사의 묘에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