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조사 대비 전략은

주요 혐의 부인속 일부 인정
최소한 ‘구속피하기’ 나설듯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21일 진행 중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측은 대다수의 혐의 사실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취지로 검찰 조사에 응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놓고 최순실 씨와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와 문화예술계 인사 약 1만 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함으로써 대통령 권한을 남용한 혐의 등 주요 범죄 사실은 부인했지만, 앞서 박 전 대통령도 일정 부분 인정했고 사실관계도 확실하게 드러난 청와대 문건 유출 등의 사안은 인정한다는 취지로 조사에 임해 ‘최소한 구속은 피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 변호를 준비했다”며 “최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대하던 태도와 대비된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헌재의 탄핵 심판에 대해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비판했으며, 특검 수사에도 같은 이유로 응하지 않았었다.

이제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최대한 협조적인 태도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헌재가 탄핵 결정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대하는 ‘태도’를 문제 삼은 만큼, 이 부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측 한 변호인은 “이미 혐의 사실에 대해 검찰이 다양한 경로로 관계자 진술을 수집했을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묻는 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성실하게 답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조사에 성실히 임한다 하더라도, 최 씨와 공모해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인정하는 순간 수백억 원대의 뇌물수수자가 돼 구속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과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재단 출연금에 대해 그간 주장해왔듯 ‘대가성이 없는 기업들의 자발적 모금이었다’ ‘선의에 의해 재단 설립을 추진한 것이다’라는 논리를 편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임면권 남용이나 문화예술계 인사 지원 차별 등의 권한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다’ ‘몰랐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 씨 부분에 대해서도 친분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지만, ‘지인의 독단적 비리’라는 논리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