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전 ‘CeBIT’서 만나
‘냉랭’ 美·獨 정상회담과 딴판

“자유롭고 개방된 시장 원한다”
美보호주의 견제에 보조 맞춰
협상중인 EU·日 FTA 언급도

아베, 美·유럽 가교역할 주목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냉랭한 정상회담을 가졌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일본과 함께 개방된 시장을 지켜가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까지 벌이며 친밀함을 과시했던 아베 총리가 무역 및 안보 이슈로 소원해진 미국·유럽 간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19일 유럽 순방을 나선 아베 총리는 이날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업간거래(B2B) 전시회 ‘CeBIT 2017’에서 메르켈 총리와 만났다. 메르켈 총리는 아베 총리를 얼싸안고 반기며 20일 오후 열릴 양국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독 정상회담이 악수 요청에도 응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결례 속에 냉랭하게 진행된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특히 메르켈 총리와 아베 총리는 이날 행사장에서 미국의 보호주의 견제에 보조를 맞췄다. 메르켈 총리는 CeBIT 개회식에서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시장을 원한다”며 “상호 연결성의 시대에 우리는 각 사회가 함께 연결되고, 공평한 방식으로 함께 일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독일과 함께 개방된 시스템(자유무역)을 유지하는 챔피언이 되길 원한다”며 메르켈 총리의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

양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자간 무역협정 반대 기조에도 일침을 날렸다. 메르켈 총리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이 협상 중인 일·EU 자유무역협정(FTA)이 올해 안에 타결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자유무역, 국경 개방,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에 일본과 독일이 무역에 대해 논쟁을 벌이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일·EU FTA의 신속한 타결을 요청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뿐만 아니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분담금 문제 등 안보 이슈를 놓고도 독일 등 EU 국가들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냉랭해진 미·독 관계 회복의 촉매제 역할 등 EU에 대한 미국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될지도 주목된다. 오는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새로운 정상이 참석할 전망인 가운데 아베 총리와 메르켈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만이 기존 멤버로 참석한다. 이에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도 친밀한 아베 총리가 G7 정상회담의 신구 멤버들을 연결하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