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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폐인의 날’ 행사 준비, 김용직 자폐인사랑協 회장

“자폐아를 둔 부모는 ‘아이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합니다. 자폐성 장애는 타인과의 교류가 어려워서 ‘사랑’의 힘으로만 감싸 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자폐에 대한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4월 2일)에 ‘4·2 사랑콘서트’ 행사를 준비 중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용직(62·사진) 회장은 1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김 회장은 특히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자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며 “부정적 느낌을 주는 ‘자폐’라는 단어부터 바꾸기 위해 좋은 표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자폐성 장애인이 실제로는 4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등록된 인원은 2만 명 남짓에 불과하다”며 “절반가량이 등록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자폐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도 자폐아 아들을 둔 아버지다. 그는 초임 판사 시절이던 1985년 당시 세 살짜리 아들이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회장은 “당시엔 소아정신과를 찾아가도 진단이 엇갈릴 만큼 자폐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며 “의사인 아내와 함께 외국의 자폐 관련 자료까지 찾아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자폐’를 대체할 새로운 단어도 찾고 있다. 그는 “영어의 ‘autism(오티즘·자폐증)’은 그리스어로 ‘자신’을 뜻하는 말에서 나와 가치 중립적이지만, 우리말로는 스스로 닫았다는 뜻의 ‘자폐(自閉)’”라며 “새 단어 공모 등 다양한 방법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자폐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자폐인은 물건 위치가 바뀌기만 해도 참지 못하고 예기치 못한 돌출행동도 잦다”며 “지체 장애인은 의사소통이나 기자재 등을 이용한 독립생활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자폐성 장애인은 종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의사소통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회 이름에 ‘사랑’을 넣은 것도 자폐성 장애인을 돌보는 게 사랑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2006년 협회를 창립해 10년 넘게 이끌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2014년에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어 내는 성과도 냈다. 자폐성 장애인 권리보호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법조인 봉사대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자폐인사랑협회 차원에서 4월 2일 대대적으로 사랑콘서트를 개최한다. 김 회장은 “이번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처음으로 3000석 규모의 대규모 콘서트를 연다”며 “공연에 참여하는 자폐인은 자신감을, 부모들은 희망을 얻고 비장애인 관객들은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당일 행사에는 자폐성 장애인 및 가족과 일반 시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아들도 이날 ‘씽씽합창단’ 단원으로 노래를 부른다”며 “실수 없이 잘하길 바랄 뿐”이라고 미소 지었다.

한편 4월 2일에는 자폐성 장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응원하는 의미를 담아 142개국의 1만8600개 명소에서 푸른빛을 쏘는 행사인 ‘블루라이트 캠페인’도 진행된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