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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와 드라마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162분의 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16일 개봉하는 ‘토니 에드만’. 이 영화의 힘은 ‘공감’이다. 자극적인 장치나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잘 맞지 않는 부녀가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이야기를 풀어내며 가족의 의미를 일깨운다. 여성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주연 배우들의 편안한 연기가 영화의 맛을 잘 살려내며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잠시도 장난을 치지 않으면 못 견디는 빈프리트(페터 시모니셰크)는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반려견이 죽자 한 달 휴가를 내고 독일 집을 떠나 딸이 살고 있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간다. 빈프리트의 딸 이네스(산드라 휠러)는 바쁜 삶을 사는 커리어우먼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앞두고 정신이 없다. 이네스는 아버지가 불쑥 찾아오자 당황하지만 이런저런 자리에 아버지와 함께 나간다. 그러다가 도를 넘은 아버지의 장난으로 중요한 일을 망치자 이네스는 아버지를 냉대하기 시작한다. 결국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라는 모진 말을 하고만 빈프리트는 “인생에 장난 말고 다른 계획이 있기나 하세요”라고 맞서는 이네스를 떠난다. 하지만 빈프리트는 뻐드렁니를 끼고, 더벅머리 가발을 쓴 ‘토니 에드만’으로 변장한 채 딸의 주변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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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장면의 웃음은 잔잔하고, 감동도 크게 밀려오지 않는다. 그저 넓지만 애처로운 프리트의 등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고, 휴대전화를 손에서 못 놓고 일에 치여 사는 이네스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누가 안 본다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인 가족을 떠올리게 된다.

데뷔작 ‘나만의 숲’(2005년)으로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독일 여성 감독 마렌 아데는 강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며 슬그머니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을 아는 연출자다. 또 독일 연기파 배우 페터 시모니셰크와 산드라 휠러도 연기하지 않는 것 같은 연기법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비평가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당신이 그동안 바라온 완벽에 가까운 작품’(롤링스톤), ‘눈부시게 재미있고 감동적이다’(월스트리트저널), ‘최고! 그야말로 영화의 끝’(뉴욕타임스) 등의 극찬을 받으며 수십 개의 상을 휩쓸었다.

대부분 ‘15세 이상 관람가’ 정도의 장면이 이어지지만 이네스가 동료들과 마약을 하는 장면과 이네스와 남자친구 간의 과감한 성적 묘사, 나체 파티 장면 등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